환관(宦官)과 내시(內侍)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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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宦官)과 내시(內侍)의 나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11.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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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한(漢)나라 임연(任延)이라는 사람이 태수(太守)로 임명되자 광무제(光武帝)가 부임 인사차 찾아온 임연에게 친히 경계의 말을 했답니다. “상관을 잘 섬기어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이때 임연의 대답이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제가 듣자옵건대 충신(忠臣)은 사정(私情)에 매이지 아니하고, 사정에 매이는 신하는 불충(不忠)하다 합니다. 바른 것을 이행하고 공(公)을 받드는 것이 신하의 도리요(履正奉公 臣子之節), 상하(上下)가 뇌동하는 것은 폐하의 복이 아니오니 상관을 잘 섬기라는 말씀을 신은 감히 말씀대로 받들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광무제가 탄식하며 “경의 말이 옳다”라고 말했답니다. 『목민심서』「예제(禮際)」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상관과 하관(下官)에 대한 관계는 어떻게 해야 가장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상명하복’ 관계라는 것이 모두가 알고 있는 관계이지만, 전제군주 시절인 다산 시대에도 다산은 분명히 상명하복으로는 역사가 바르게 진행하지 못함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음을 위의 예문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상사(上司)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일이면 마땅히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하게 자신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唯上司所令 違於公法 害於民生 當毅然不屈 確然自守:禮際)”라는 다산의 주장은 상명하복만으로는 온당한 상사와 아랫사람의 관계가 제대로 설정될 수 없음을 충분하게 설명해줍니다.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상사의 명령에는 절대로 굽히지 말고 제대로 자신의 주장을 펴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전제군주국가이던 왕조시대에도 바른 신하들은 임금 앞에서도 “소신의 목을 베십시오. 전하의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라고 곧고 바르게 주장을 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신하들이 버티면 임금이나 상사들은 옳은 아랫사람의 주장에 자신의 주장을 굽혀서, 나라가 바른길로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조선시대의 궁궐보다도 더 큰 권력을 휘두르던 청와대 사람들이 잘못된 일로 수사를 받고 감옥에 갇히자 모두가 대통령의 지시로 한 일이라면서 가벼운 벌을 받으려는 잔꾀를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의 공직자이기는커녕, 왕조시대의 환관이나 내시에 지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금의 눈치나 안색을 살피며 조건 없이 상명하복의 논리에 철저하던 내시나 환관도 문제이지만 내시나 환관 노릇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임금 또한 큰 문제였음이 분명합니다.

조금이라도 바른 말을 하거나 옳은 주장을 하면 곧바로 배신자이고 의리를 배반한 사람이라 몰아붙여 당장에 퇴출시켜 버렸으니, 누가 내시와 환관에서 벗어나는 벼슬살이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내시와 환관, 임금까지 모두 한통속이 되어 ‘나라도 아닌 나라(國非其國)’가 되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 광화문 길 위에서 외치던 어느 여고생의 “이게 나라냐 ”라던 물음이 참으로 절실하게 가슴에 다가왔으니, 그게 바로 내시와 환관의 나라였음을 온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내시와 환관의 궁궐을 떠받들던 정당소속 국회의원들, 장차관을 비롯한 고관대작들 그들 모두는 바로 내시와 환관에 위요된 임금에게 부역한 내시와 환관에 지나지 않던 인물들이었습니다. 무개념의 내시정권, 환관정부를 이제는 개념이 있는 민주주의 정부로 만들 때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그들 모두를 내치고 새 정부를 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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