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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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의 기억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1.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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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의 기억

 

목포민주화 계승사업회
이사 임 창 옥

 

망각과 기억은 신이 내린 축복이며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현재엔 불필요하며 자신과 주변에 끊임없이 해를 끼치는 현상을 잊을수 있다는 것, 불편할지라도 의미있고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상황을 곱씹고 기억하는 것, 행복을 공유하며 함께 지속할 가치가 있는 상황을 되새길수 있음은 각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수 없다.

그렇지만 사사로운 이익이나 특정세력의 책임을 벗기 위해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사실을 망각하게 조종하거나 왜곡된 기억으로 변질 시키려 조작하여 축복을 저주로 만드는 경우를 우리 역사상 많이 볼수 있다.

오늘 (9일)은 세워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속보가 떠오르며 집에서, 사무실에서, 터미널에서 공공기관 로비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 TV와 스마트폰, 컴퓨터등을 통해 거의 전 국민이 지켜 본 가운데 304명의 생명을 차디찬 바다에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00일 째 되는 날이다.

304명의 희생자 중 대부분인 250명의 단원고 학생과 11명의 교사들은 수학여행의 즐거운 여정 중에 참변을 당하였으며 아직도 바다 속에는 세월호 선체와 함께 미수습자 9명이 있다. 1000일간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아픔에 공감하며 변화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왜곡된 기억과 망각을 조종하는 세력에 맞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끊임없이 4.16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싸워왔다.

지난 7일 전국적으로 열린 박근혜퇴진 11번째 촛불집회에선 세월호 참사 1000일을 기리기 위해 ‘박근혜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가라’는 공통의 슬로건을 걸고 국가가, 정권이 할 일을 방기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행태에 준엄한 국민의 분노를 터뜨렸다.

광화문 집회에 참사 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온 생존 학생들의 모습은 그들의 트라우마 이상으로 광장의 국민들을 비감하게 하였다.

“너희들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때 우리를 잊지말고 열여덟살 그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저희들은 구조된 것이 아니고 탈출했다. 착한 제 친구들은 가만히 있으란 말을 들어서 배에 그대로 갇혔다” 라는 등의 발언을 한 장애진 학생의 토로엔 분노를 넘어선 슬픔의 탄식이 넘쳤다.

목포에서도 6시 박근혜퇴진 촛불집회 이전 4시에 세월호 1000일을 기리기 위한 플래시몹과 304명의 희생자와 단원고 강민규교감, 김관홍잠수사를 포함한 306명의 명패를 들고 광장 일대를 행진하였다. 플래시몹 행사 시간에 노래와 함께 불리워진 희생자들 각자의 이름 호명때, 어린 학생들의 눈물 그렁한 눈망울에 청와대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1월1일 기습적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하여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세월호 사건때 충분히 할 일을 했다”라고 파렴치하게 강변하는 박근혜씨가 오버랩 되었다.

4주전 연단에 선 고1 여학생의 말처럼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명확히 말하면 될 것이다. 성형을 안했네, 굿을 안했네, 밀회를 안했네 등 말도 안되는 공격을 한다고 국민 탓만 하는 부도덕한 대통령을 보고 세월호 1000일동안 그토록 국민을 망각케 하고 기억을 왜곡시키고자 했던 상황들이 역설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2014년 4월16일 정부는 그 역할을 못하고, 심지어 구조자수, 실종자수 마저 4일간 틀리게 보고가 되고 구조인력 마저 부풀려서 언론에 계속 내보냈다. 국민들이 밤에 구조상황을 본 현상이 모두 거짓 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참사 직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대면 보고를 받지 않고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아 해경과 중앙대책본부가 우왕좌왕 하던 때에 우리의 아이들은 속절없이 차가운 바다에 매장 되었던 것이다.

2014년 4월 5.18광주민주화운동 유족들이 세월호 유족들을 끌어안고 위로하며 “세월호는 또 다른 5.18이다.”라고 한 말을 5.18관계자로서 당시엔 쌩뚱 맞다 생각했으나 지금은 깊게 성찰해 본다.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국가권력을 찬탈한 세력에 맞서다 짓밟히고 희생당했던 5.18유족들은 폭도로 고립되고 또한 국민화합을 위한다는 등 온갖 회유에 맞서 싸워, 전국민의 공분과 공감을 불러 일으켜 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군부통치를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세월호 유족들 역시 1000일 동안 사회적 피로감을 앞세운 왜곡된 언론보도와 부당한 정치권력에 맞서 목숨을 건 단식, 도보순례등 지치지 않고 국민들과 공감을 넓히는데 노력하여 박근혜 정권의 할 역할을 하지 못한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 권력이 해서는 안 될일과 반드시 해야 할일을 하지 않음으로서 생겨난 국민의 희생을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안타까운 죽음이 잘못된 권력행사로 벌어질 수 있음을 또한 최소화 할수 있음을 세월호 1000일을 기억하며 또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세월호의 희생이 국민들 스스로의 공감 능력을 회복하고 보다 정의로운 세상, 보다 안전한 세상,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함을 광화문 광장을 통해서 희망을 가진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4년 8월 방한때 세월호 리본을 계속 차고, 세월호 유족과 깊은 연대감을 표시하자 곁에 누가(?)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교황께선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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