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망치는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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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망치는 교육정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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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희(전 정명여고 교사)

‘선생님 잘 계시죠?
전 모든 스케줄이 아이들한테 맞춰져서. ㅠㅠㅠ
그저께 두 아이의 시험이 끝났어요. 아마 이번 주말까지는 시험 후유증이 있을 것 같습니다. 1, 2점에 울고 웃으니 제가 조울증 걸릴 것 같아요.’
 자식이 시험을 쳤는데 조울증은 부모 몫인,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제자에게 나는 이렇게 썼다.
 
 ‘아프지는 않냐? 너무 속 썩지 마라. 네가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정책 기획관 나향욱이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1%를 제외한 대다수의 민중을 개, 돼지라고 했다. 명색이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신분제를 들먹이며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겠다는 몰염치를 보면서, 자식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제자를 향해, ‘미쳤네!’ 라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학벌 지상주의 사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보면 가슴이 저리고 짠하다. 이들은 교육 정책의 후진성으로 말미암은 희생자들이 아닌가. 독일의 기술을 뛰어넘는 자동차를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제자의 아들이나,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지금 가장 비효율적인 무한 반복학습에 매달려 자신의 미래를 죽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알파고가 어느 고등학교냐?’며 SNS를 검색했다는 어느 학부형의 일화는 우리 교육현장의 민낯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으로 촉발된 제 4차 산업혁명 공론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됐다. 세계 경제 포럼의 ‘미래 고용 보고서’는,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 중 반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직은 475만개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질 일자리는 210만개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은, 지금 우리에게 인공 지능을 대체할 고도의 창의성, 개방성, 사회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은 되도록 빨리,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 되었다.

 이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학생들이 논제에 대한 추론을 설명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탐구 지향적인 학습 환경이 필요하다. 다양한 집단을 구성하여 통합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토론학습은 일반 수업보다 3배나 효과가 크다고 한다.

 독일은 초등학교 3,4 학년이 되면 수업 과정에서 조를 만들어, 방학 동안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코스를 정한다.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교통비, 숙박비를 비롯한 다양한 필요를, 토의와 토론을 통해 계획하고 점검하여 여행을 다녀온다. 다녀온 후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의 경험, 경비 내역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은, 조원들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면서 성장한다. 북구 유럽의 교육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처럼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자연자원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2012년 대비 1인당 명목 GDP가 45,544 달러이다. 그들은 이런 결과를 교육으로 가능했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부도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무학년제와 학점제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20대의 나이에 2개의 박사 학위를 지닌 인재풀이 가능하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인성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 멋진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래 지향적인 교육이 완성되기까지 당분간은 교육 열풍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세계의 변화는, 우리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으면 안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글을 끝낼 즈음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합격했어요!”
 교직 임용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같은 과에 합격한 다른 제자는 전날 연락했는데, 연락을 안 해서 전화도 못하고 걱정하던 판이었다. 하루종일 꿈인가 싶어 전화를 못했다는 30대의 제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모회사에 들어갔는데,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좋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회사생활이 힘들게 되자, 교직으로 직업을 바꾼 것이다. 제자는 3월이면 교육 현장에 설 것이다.

 “애들, 잘 가르칠 게요.”라는 제자에게 “수고했다, 멋지다, 잘해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경영 분야에 저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는가 봐요.’라고 말했던 제자가 육아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양승희(전 정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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