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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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왜 중요한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2.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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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헌법이 작동하는 방식

이 책은 비교헌법학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마크 터쉬넷의 생각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연방헌법이 현실 세계에 작동함에 있어서 헌법 해석이라는 통상적인 법학방법론이 아니라 연방대법원과 연방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가 보다 결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연방대법원의 헌법 해석이 어떻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지에 관해서 정당운영, 선거방식, 선거자금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헌법이 아무리 최고 규범이라 하더라도, 현실 세계에서 헌법이 중요한 이유는 정당과 선거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연방의회 의원들을 포함한 정치가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미국역사의 중요한 결정들은 연방의회가 입법을 통해 한 것이라기보다는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했다는 점을 보면 연방대법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연방대법관은 헌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 때문에 임명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연방대법관에 임명되면 자신의 이러한 입장에 따라 헌법을 해석하게 된다. 연방대법원이 정치와 연결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연방대법관의 지명과 선임과정이다. 연방대법관의 지명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인준권은 연방상원에 있다. 대통령은 당연히 연방헌법 해석에 대한 전반적인 입장이 자기와 일치하는 사람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절차를 거쳐 임명된 연방대법관은 그러한 견해들을 판결을 통해 구현해 나간다. 
 
그러나 판결은 연방헌법에 대한 그들의 독자적인 견해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연방대법관들은 판결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나 결과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교과서적으로는 이를 ‘법관의 독립’이라는 규범적인 표현으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정치적인 맥락 하에서 그 이유를 분석한다.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 동안 재임하지만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수단이 연방헌법이나 연방법률 등에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분석해 보면, 연방헌법에 대한 해석은 연방대법원 구성의 변화 없이도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방대법관의 임명권자나 정치적 입장 혹은 이념적 좌표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항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해석이나 정치적 이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해묵은 문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법관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어떻게 새로운 문제에 적용할 것인지, 이것이 자신의 헌법관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계산해내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사람들이 정치에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유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후보자를 찾아내고 그를 지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만일 자신이 지지할 만한 후보가 없다면 자신과 관심과 견해가 유사한 시민단체라도 찾아보라는 조언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범적인 헌법 시민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법과 법해석을 비판법학의 입장에서 보다 거시적이고 동태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입법은 물론이고 법의 해석과 법원의 판결이 정해진 규범의 틀에 얽매어 논리적으로 도출된다기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사회세력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나 정치가들이 각축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법의 결정요인은 논리가 아니라 정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입법과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정태적인 면과 동태적인 면, 혹은 논리의 측면과 의지의 측면 중에서 한쪽으로 좀 치우친 것 같기도 하지만, 법령을 포함하여 헌법해석의 중심은 텍스트와 논리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일종의 균형감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법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난해할 수 있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유익한 정보와 새로운 시각을 줄 것이다. 
 
우리 헌법의 개헌논의에는 기본권 규정의 보완·정비에 중점을 두기보다 정부형태를 포함한 권력구조에만 관심을 둔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본권 목록의 추가나 기본권 규정의 완비는 결국 합리적인 정치과정과 절제된 권한행사에 의해서 그 보장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너무 현실 정치를 폄하하고 입법과 판결만을 고상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평자 : 홍완식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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