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여행을 하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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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여행을 하고 살고 싶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7.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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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전 목포정명여자고등하교 교사)
▲ 양승희 전 목포정명여자고등학교 교사

사람들에게는 가지 않은 곳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여행 경비가 없어서, 다양한 형편과 이유로 여행의 꿈을 미루고 산다. 나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에 들어서면 여행에 관련된 코너를 먼저 찾는다. 어느 날, 문득, 거기서, '박 로드리고 세희'의『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를 샀다. 책 제목부터 여행에 대한 나의 로망을 건들었다.

표지는 산악 지대 어느 곳쯤으로 여겨지는 전경을 담고 있다. 하늘과 넓은 초원, 키가 큰 침엽수림들을 배경으로 양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놀고 있다. 그리고 표지를 열면, 양쪽 면에 남태평양쯤으로 여겨지는 바다가 꽉 차 있다. 그 중앙에 열 명여 정도의 사람들이 고깃배를 끝이 없는 바다로 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반대쪽에도 그만큼의 사람들이 배를 밀고 있으리라. 그들에게는 생업의 한 장면이지만, 나에게는 여행에 대한 열망을 한없이 펼치도록 한다. 그리고 여행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준다.

박세희는 영화도 찍고 뮤직 비디오도 찍는 촬영감독이다. 대학교를 자퇴한 이후 번 돈으로 10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떠돌았다. 그래서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의 여행기는 먼저『빅 이슈』에 실렸었다.『빅이슈』는 판매의 반을 홈리스에게 줌으로써 자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잡지이다. 이 책을 읽고 홀라당 반해서 그의 이름을 SNS에서 찾아보다가 알게 됐다. 그의 글과 사진이 남다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가 찍은 인물 사진은 어린이건 어른이건 참 아름답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은 책의 면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책에 옮겨 놓은 자연은 그의 사랑과 열망을 대신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한 편의 소설이다. 사진이 문자보다도 힘이 세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독립영화제에서는 대상도 받았다.

그런데 그의 글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멋지다. 그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되레 되새기며 읽게 한다. 생각하느라 책을 못 넘기고, 작가와, 같은 고민을 한다.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깊은 사색으로 빠지기도 한다, 첫대목부터.

‘몸을 움츠릴 대로 움츠리고 겨우 앉아 있었다. 옆 사람이 흘린 땀이 내 땀구멍으로 역류했다. 옆 사람이 뱉어 낸 숨을 내가 들이마셔야 했다. 타고 있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리는 건 더 힘들었다. 나 하나 내리려고 수십 명이 내렸다가 다시 포개진다. 길을 가다 말고 문득 뒤돌아봤더니 사람들 몇 명이 손을 흔들어준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감동적이었다. 여행은 내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솔직히 이런 여행은 힘들다. 여행자가 드문 시골 동네, 언어가 통하지 않고, 숙박 시설이 거의 없는. 그러나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유명한 관광지도 갔지만 큰 감동을 주지 않아 책에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일수록 ‘원래의 인간, 원래의 지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또 그의 이런 견해에 금방 동의한다, 맞으므로.

또한 작가는 '알랭 드 보통'의『여행의 기술』에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장소로서의 이동 자체가 여행의 묘미다. 이동의 속도가 느릴수록 여행의 맛은 깊어진다. 바쁘게 사는 것은 한국에서도 충분하니까.’

‘여행은 영혼의 식량을 찾는 문화적 유랑이다’와 같은 말도 함께 한다.

내 책에는 같은 문장에 각각 다른 색깔로 줄이 그어진 게 많다. 그의 글은 때로 산문이라기보다 운문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때마다 줄을 긋곤 해서였다. 때로는 그가 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와 같은 문장에 줄을 긋고, 나만의 느낌으로 ‘나는 눈물이 났다’라고 쓰기도 했다.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이를수록 좋다. 한 사회 안에서만 살다 보면 사고도 고여 있게 된다.’

30대의 그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아니, 여전히 배우고 있다. 각국을 돌며 생긴 부정적인 멘트들도 체험을 통한 사실과 진실일 터. 어쨌든 오랜 여행하기가 쉬운 젊은 남성을 부러움과 경외감으로 책을 들여다보곤 한다. 나는 그가 더 많은 여행기를 썼으면 하는 기원을 한다. 어지간한 인문학 책보다 더 인문학적이다. 그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노라면 그가 본 눈으로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으로 울렁거린다.

한때 유홍준의『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여행지마다 젊은 남녀들이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인도에 갔을 때는 류시화의『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들고 다니는 청년들도 보였다.

좋은 여행기를 쓰는 작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행의 붐으로 만들어진 책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글들이 가볍고, 설명서에 불과할 뿐이어서이다.

목포를 반드시 찾아가야지 싶게 만들어진 좋은 여행기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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