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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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인간적이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7.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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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칼럼 - 최선국 사회적기업 목포지부장
▲ 최선국 사회적기업 목포지부장.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이 첫 발걸음을 뗀 지 벌써 10돌을 맞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목포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벌써 5년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보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에서 편견과 오해는 진행형이다.

흔히 사회적 기업을 ‘빵을 만들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위해 빵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곤 한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은 숙명적으로 지금의 사회적 경제를 불러냈다. 무한소비와 무한이윤의 추구라는 경제시스템은 결국 대자본의 집중화와 고용없는 성장으로 귀결됐다. 현재로선 좌파나 우파 경제학자들 모두 이대로 가면 자본주의는 망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사회적 기업가들은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고용과 사회적가치의 창출이라는 ‘사회적’인 목표와 기업이윤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이다.

나는 최근 한 국내 생수업체가 중국에 지은 소위 ‘스마트공장’에 대한 tv 광고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로봇과 기계가 쉴 새없이 24시간 돌아가는 인간의 땀 내음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공장이 스마트 하다니? 그리고 그러한 비인간적인 생산시스템이 광고와 견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말이다. 대자본에게는 파업도 임금인상도 없는 스마트공장이 유토피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없는 성장은 임금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인류 대다수에겐 암울한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산업혁명이후 ‘노동가치설’은 애덤 스미스나 마르크스 모두가 인정하는 하나의 진리였다.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에 드는 노동의 양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 바로 노동가치설이다. 노동하는 인간은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매개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는 4차 산업혁명과 이에 따른 로봇화, 인공지능화의 급속한 흐름은 지금껏 인간이 걸어온 노동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걸어보지 않은 길’이다. 노동 없는 인간, 노동 없는 자본주의 경제가 과연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이윤추구라는 맹목적 목적으로 달려가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 제동을 걸고 이제라도 진지한 성찰이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적어도 사회적 경제라는 말에 붙은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인간적’이라는 말로 대치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가 만든 사회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에 적어도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에서 풀뿌리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들이 걸어온 길은 고용과 사회적 가치추구라는 사람 냄새나는 경제를 위한 소중한 걸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많은 오해를 받은 단어가 있었을까 싶다. 극우 논객들은 ‘사회적’이라는 표현을 ‘사회주의’라고 교묘히 바꾸고는 사회적 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라고 비난해 왔다. 사회적 경제는 좌파경제고 이를 도입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게 이들의 주요 논리였다. 이들의 반대로 사회적경제의 육성을 주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18대, 19대 국회에서 아직도 식물상태다.
다행히도 최근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의 기조를 ‘사람 중심 경제’로 설정했다. 적어도 자본의 일방적 독주는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는 가장 자본주의적 가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한 노동자가 있다. 자신의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가족도 이루었고 자신의 삶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노동을 마친 저녁,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즐겁게 되돌아간다. 참으로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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