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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용철
  • 승인 2017.07.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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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40년 어느 퇴직자의 애연(愛煙)
▲ 목포시민신문 유용철 대표이사.

등이 구부정한 모습으로 걸음을 총총히 옮기고 있었다. 끽연을 하려는 것이란 것을 근방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처음 만났던 1999년 여름 어느 날도 그랬다.

「구차한 살림에 월 삼사천 원을 연기로 날려 버리니 한갓 낭비요, 백해무익인 줄은 나도 잠깐 알건만 이내 못 끊는 것은 내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한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적이 울리며 차츰 떠나고 사람의 그림자는 하나 하나 사라지자 석양은 고요히 광장에 달빛같이 있다. 이때 나는 가만히 연기를 피우며 공상에 부풀어야 했다.…중략」

윤오용 수필가가 쓴 ‘곶감과 수필’ 속 ‘애연(愛煙)의 변’의 일부분이다.

그의 애연(愛煙)의 변이 그러한지 모른다.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한 약점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를 처음 나를 만나고 건넨 받은 시집이 있었다. 그 시집에는 ‘찔레꽃’란 시가 실려 있었다. 장사익의 ‘찔레꽃’이란 노래를 들을 때면 그의 시구(詩句)가 생각난다.

「나의 가는 길에는 늘 비가 내렸다./ 아득한 새벽 종소리 들으며 구름 딛고 / 하늘 손짓하는 찔레꽃 사이를 돌아 오면 / 그대 속살 같은 꽃잎에 눈물로 앉은 이슬은 / 내 마음을 젖고 하냥 슬픈 내 길에는 또 비가 내렸다 // 무지개 하늘 가는 다리를 돌아 / 엉겅퀴 꽃 무성한 그대 무덤앞에 서면 / 두견새 울움따라 돋아나는 달바람 시샘하던 하얀 찔레야 / 가도 가도 눈물 꽃길 하얀 찔레꽃 길에는 / 바람 한점 없는 날에도 구름 한점 없는 날에도 / 늘 비가 내려 내 마음을 적시고 우슬재 고개 저 만큼 또 찔레가 핀다」

그의 시로 인해 나는 찔레꽃을 찾게 됐고 좋아하게 됐다.

기자와 공무원으로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불가원(不可遠) 불가근(不可近)이란 말처럼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기자의 입장에서 보는 그의 공직생활도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업무가 기자와 관련된 것이라 좋고 나쁜 추억이 많이 있다.

고인이 된 권이담 전 시장 시절 기자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목포MBC 사장을 엮임했던 권 시장은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선거기간에는 유력 후보와 현 단체장속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가 나와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은 3선을 노리는 권 전 시장과 필자의 악연(惡緣) 때문이다. 고인이 된 권 전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달리하는 기자들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뻗어냈다. 필자 또한 욕설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권 전 시장의 욕설은 거치고 험악했다. 그와 연이 된 것도 그 욕설 때문이었다.

3선이 좌절된 권 전 시장을 이어 고인이 된 전태홍 전 시장이 당선됐다. 전 전 시장 때도 그는 기자와 관계를 맺는 업무를 보았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전 전 시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정종득 전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됐으며 2014년까지 10년을 재임했다. 그의 역할은 막중했다.

공직자들은 정 전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녹아났다. 대기업에서 익힌 인사 정책은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매관매직에 의한 인사가 이루어졌다. 자리를 얻기 위해 공직자들은 줄을 섰고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주인공이 있었다. 그는 정 전 시장의 입과 손발이 되어 움직였다. 공직자들의 비난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10년은 그와 함께 흘렀고 막을 내렸다. 박홍률 시장은 2014년 6월 기존 정당의 시장 당선자들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는 숨죽인 듯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특유의 친화력과 충성심으로 다시 요직을 차지했다. 40년의 공직생활의 마지막 보직인 인사관리국장으로 퇴직했다. 그가 걸어온 공직생활은 어떤 비가 내렸는지 모른다. 다만 세월은 갔고 그의 궤적은 남았다. 그것이 교훈적이든, 모범적이든, 개혁적이든간에 말이다.

그와 마지막 약속을 했다. 북항의 뱃고동소리가 들리는 선술집에서 소주를 기울였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창공에 소리와 흔적을 낸 담배연기는 또 그렇게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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