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 - 조준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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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 조준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7.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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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 조준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무도 노인을 사회의 주인공으로 보지 않는 이때,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간간히 나오는 것이 고단한 노년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모 케이블방송의 드라마“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인들의 삶을 주제로 세대를 넘나들며 따듯하면서도 먹먹한 감동을 주었고,  드라마 주인공의 다음과 같은 독백은 아직도 깊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살면서 세상에 잘한 일 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다고. 그러니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남는 장사이며 넘치는 축복이라고. 그러니 지나고 후회하지 말고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라고. 그런데 정말 삶은 축복이며 감사일까?”

‘언젠가’에 머물러 있던 죽음이 어느새 손에 잡히는 거리에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간을 살면서 자신의 삶은 축복이자 감사라고 말할 수 있는 ‘노인’은 몇이나 될까?  역시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노년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의 삶은 결코 축복이 아니며 노인들의 고단한 삶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언젠가부터 한국사회의 가족에서 노인은 철저하게 소외되기 시작했다. 강풀 작가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이 영화는 우리 시대의 소외된 가족 구성원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들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서로에게 의지하던 노부부에게 가족이란 무엇이었을까. “한때는 가족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부부가 되었다”는 군봉 할아버지의 대사는 군봉 할아버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을 드러낸다. 방이 좁더라도 여러 식구가 함께 모여 북적거리며 웃음꽃을 피우던 어느 시절, 그들은 풍족하진 않지만 행복한 가족이었다. 자식들이 모두 떠난 후, 부부는 세상에 ‘단 둘 뿐’이 된다. 할아버지에게 아내는 한 때는 연인이었고, 한 때는 갓 결혼한 새색시였으며, 한 때는 세 남매의 엄마였다. 그리고 이제는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지만, 그 옛날 백년해로를 약속한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의 모든 순간 부부는 ‘가족’이었다. 그리고 부부가 된 가족은 아내의 치매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군봉 할아버지 부부의 자살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매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80.3명의 노인이 자살한다. 10년 전의 43.2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노인자살이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는 ‘외로움’이 있다. 젊은 날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식 뒷바라지를 하다가 한 숨 돌리면 어느새 다 큰 자식들은 제 살 길을 찾아 떠난다.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서 늙은 부모에게는 깊게 패인 주름과 시도 때도 없이 골골대는 몸만 훈장처럼 남는다. 작년 겨울, 한 병든 노부부가 군봉 할아버지 부부를 모방하여 자살한 일이 있었다. 부부가 미리 준비한 영정사진과 함께 발견된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고 쓰여 있었다.
 
한 때 가족의 중심이었던 노인들이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지구상 가장 비합리적이라는, 그래서 어떠한 손익계산 없이 사랑과 우애로 살아간다는 가족 사회에서 부담스러운 존재인 노인은 소외되었다. 남겨진 부모는 안쓰럽고 무관심한 자식들은 비정하지만, 각자 사정이 있을 자식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다. 제 살길을 찾아간 자식들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기존의 가족은 분리되거나 해체된다. 그리고 그 자식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정성으로 키운 그들의 자식들은 예전의 그들이 그랬듯 새로운 가정으로 떠나갈 것이다.

젊은 날 가족을 위해 희생했지만, 세월이 흘러 가족의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노부모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을 ‘잊고’ 살 수는 없다. 끝없이 반복되는 가족의 탄생과 분리와 해체 속에서  그들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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