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 ‘리빙 랩(Living Lab)’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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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 ‘리빙 랩(Living Lab)’을 아십니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9.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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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리빙 랩(Living Lab)’이 주목을 끌고 있다. ‘리빙 랩(Living Lab)’이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실험실에서 실험하듯 생활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지능정보사회는 이전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이전의 기술발전이 사업자 중심 및 기술공급 위주의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수요자)가 주도가 되어 인간 및 사회의 새로운 욕구나 수요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인간/사회 수요 견인형(human pull)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리빙랩(Living Lab)이 인간주도형 지능정보사회의 중요한 실천적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빙랩은 사용자(수요자)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개발모델이자 지속가능한 시스템 전환의 실험으로 유럽에서 기술의 사회개발 방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적용되고 있다. 

리빙 랩은 실제 생활 현장(real-life setting)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 베드다. 2004년 MIT의 미첼(W. Mitchell) 교수가 생활공간인 특정 아파트를 정해 IT기술과 센서 기술을 설치하고 사용자를 관찰하는 '플레이스랩(Placelab)'을 구현한 것에서부터 유래됐다. 미첼 교수는 살아있는 실험실, 생활 실험실이라는 개념으로서의 리빙 랩 이론을 만들고,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 하나로 특정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플레이스 랩을 구현한 것이다. 이 후 유럽에서는 이 리빙 랩 개념을 더 발전시켜 ‘사용자들이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는’ 적극적인 리빙 랩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핀란드의 루타코(Lutakko)시는 리빙 랩을 통해 지역의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고 대학, 기업, 거주자, 관광객, 공공조직 등이 모두 참여해 실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현안, 개선 과제, 발전방향 등에 대해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아이디어도 내고 조사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리빙 랩 실험이 준비되고 있다. 이미 서울의 북촌 한옥 마을에서는 사물인터넷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촌 리빙 랩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고, 불법주정차 구역에 센서를 설치해 자동 감지하는 서비스, 쓰레기통에 적재량 감지 센서를 설치해 쓰레기가 넘치기 전에 미리 앱(APP)으로 자동 통보하는 서비스 등이 현재 개발 중이다. 또, 주차장의 빈 공간을 탐지해 앱으로 알려주는 주차장 공유 서비스, 재난이나 침입 발생 시 경보 알람 서비스, 어린이 실시간 위치알리미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단순히 새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가 주도가 되어 연구기관, 정부, 기업과 함께 현장에서 논의하면서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속적 혁신이라는 것이다.

리빙 랩에서 사용자(수요자)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제품과 서비스를 전문가, 기업과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주체이다. 개발자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수요를 구체화하고, 이를 충족하는 기술을 공진화시키는 '나선형적 진화과정'이 전개된다.

리빙 랩은 사회·기술시스템 전환을 위한 실험의 장이 된다. 이제까지의 정부 주도의 전면적인 시스템 혁신 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신 리빙 랩에선 기술과 사회 분야의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실험을 통한 학습'으로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만들어간다.

리빙 랩을 통해 서로 유리되어 있던 과학기술·정보통신(ICT)과 사회·환경·복지·노동 등의 정책 영역을 연계·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동안 산업육성과 경제성장, 기술획득에만 초점을 맞춰온 과학기술 정책에 삶의 질 향상과 복지 혁신 등의 지향점을 반영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특히 리빙 랩은 그동안 과학기술·ICT와 연계가 약했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조직 등 사회적 경제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정리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리빙 랩은 지역 사회의 문제를 푸는 지역 혁신 모델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지역개발과 경제성장을 중심에 둔 산업혁신의 한계를 넘어 주민이 주도하는 혁신과 지역 현장 기반형 혁신의 장으로 리빙랩을 주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현재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리빙 랩 실험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운 정책과 혁신모델, 사회·기술시스템 전환 전략 등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의 참여가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듯이 리빙 랩을 통한 우리의 참여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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