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명망가보다 지역 생활 정치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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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명망가보다 지역 생활 정치인을
  • 류용철
  • 승인 2017.09.2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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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목포시민신문 유용철 대표이사

민선 자치단체 6기를 맞았다.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26년이 지났다. 횟수로보면 지방자치가 청춘을 넘어 완숙의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내년에 민선7기 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많은 한량들이 입신양명을 하기 위해 당선을 노리고 있다. 첫 시행된 91년부터 지방 사람이라는 멍에가 우리에게 쒸워져 있는 느낌이다. 서울 등 중앙정치 또는 관료사회의 명망가들이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에 아무 의식없이 우리는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는 지방사람이란 열등감이 “또 누군가 내려와 시장, 군수를 하려고 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며 흘려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지방은 식민지다’의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식민지의 가장 큰 특징은 차별과 종속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지방은 정치, 경제, 문화가 모두 서울에 예속되어 있다.

강 교수는 대안으로 첫째, 내부식민지의 발판인 교육의 해결책은 교육 분산이라며 서울 소재 대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한국의 핵심 권력층을 양산하는 SKY대학의 정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정치·행정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조언한다.

세 번째로, 지방언론의 살 길과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내부식민지의 책임을 중앙에만 묻지 않고 오히려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더 비중을 둔다.

저자는 서울 사람들은 서울 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시골 사람’으로 부른다. 그 사람이 광역시인 부산이나 대구, 광주 출신이어도 촌놈이다. 그냥 몽땅 지방이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지역분권을 주창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지역발전 협의체가 내세운 통계는 이를 입증한다.

‘국토의 12%, 이 좁은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몰려 있습니다.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80%, 의료기관 50%, 공공청사 80%,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

저자는 서울의 지방 지배를 우려했다. 그런 맥락에 지방자치를 시작했지만 지방은 정치도 예속의 길
을 꾸준히 또 시나브로 타성에 젖어갔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를 되돌아보자. 참 우려되는 점이 많다. 이번에도 이른바 서울에서 오랜 기간 높은 지위를 누리다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온 사람들이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아 지역의 대표자가 되는 일이 또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은 대개 지역 정치인에 비해 화려한 스펙과 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행정·입법·사법부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기까지 쌓은 전문성이 있고 식견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낙하산 인사가 지역 단체장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그 지역이 나아졌다는 걸 느낄 수 없었다. 참 한심한 인물도 있다. 신안군수를 하다가 출마까지 약속하고 아무사과도 없이 야밤도주했던 인물이 또 군수 선거에 나오겠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뻔뻔한 태도에 개탄을 금을 수 할 수 없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부모 곁에 사는 아들딸이 한 번이라도 더 부모를 챙긴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지역에 뼈를 묻을 사람은 결국 지역 정치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지역에서 오래 봉사하고 활동한 지역 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이참에 지역대표가 되려면 선거 전 최소 1~2년은 지역에서 사는 것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만하다.

강 교수는 지방이 식민지라는 현실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식민지 의식’이라고 했다. 지방 사람들 스스로 고질적 열등감과 자기 비하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출신을 낮춰 보는 인식도 이번 선거를 통해 조금 개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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