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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대둔도 오리마을 무인(無人)양심슈퍼 운영 김근중 청년회장“오리청년회장 만세~만만세여~ 슈퍼를 맹들어부럿응께”
이효빈  |  0322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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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6: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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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대둔도 오리마을 무인 양심슈퍼 오정리점빵(신성상회).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아따~ 불편해 죽겄고마잉, 자네 육지로 오늘간당가? 올적에 달걀 좀 사다줘잉”
“우짜쓰까, 내 것도 좀 사다주소. 내가 어제 라면이 묵고 싶어 잠을 못 잤다니까. 나이 먹으니께 주책이여”
“흐엣취, 난 감기약!”
“이빨을 못 닦겄어야 치약 좀 사다 줄랑가?” 
“톡 쏘는 코올라~ 사다주소”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오리마을 청년회장 김근중씨가 받은 수많은 청탁들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슈퍼를 운영하던 할머니가 아프셔 운영을 접은 뒤로 오리마을의 어르신들은 청탁을 하기 시작했다. 슈퍼에서 쉽게 구하던 생필품들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야밤에 라면이 땡겨 잠 못 이루던 할머니 한분은 청년회장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라면이 너무 먹고 싶은데 어려운 말을 꺼내 미안하다며, 니가 자주 목포에 나가니께 들어오는 길에 라면 좀 사와주면 안되겠냐고. 

어르신들은 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미리 묻고 간장, 라면, 설탕, 과자 등 필요한 물건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평화롭던 오리마을에서 고민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치약 하나, 세제하나만 떨어져도 배를 타고 흑산도 예리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이든 긴급 처방이 필요했다.

오리마을 청년회장 김근중씨는 “고민이 쌓일 무렵, 마을 청년 십 여명으로 구성된 ‘오리 청년회’에서 새 슈퍼를 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란지라 부모 같은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라며 흑산 대둔도 오리마을의 명물인 무인양심가게 ‘오정리 점빵: 신성 상회’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 ‘오정리 점빵’을 소개합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3시간 쾌속선(배)를 타고 흑산도에 도착, 다시 40분간 작은 배를 타고 대둔도에 들어간다. 대둔도 선착장에 내리면 보이는 바닷마을 풍경이 오리마을이다.

오리마을의 유일한 점방(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뜻함)인 ‘오정리 점빵’은 오리청년회 10여명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초기 자본금 1,000만원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전기 설비, 가게 선반, 물품 진열등 마을 주민들과 청년회에서 직접 가게를 꾸몄다.

   
▲ 오리마을 김근중 청년회장.

오리마을 무인 점포 ‘신성 상회’의 규칙은 이렇다. 첫째, 물건 구입 시 가격표를 참고하여 직접 계산 할 것. 둘째, 외상 거래시 칠판에 금액과 성명을 기입하고 결제 시 지울 것.(오리마을 주민들만 외상이 가능하다. 주민 외 분들은 현장결제 해야 한다.) 셋째, 당연하게도 19세 미만 청소년은 담배 및 주류를 구입 할 수 없다.

몇 가지 규칙들을 정한 뒤 가게를 막상 운영해야하자 문제가 생겼다.

어촌 마을의 특성상 주말에도 대부분 쉬지 않고 가두리양식 등 일을 해야 해 가게를 맡아 운영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고심 끝에 무인가게처럼 운영하기로 결정했어요. 물건 아래 붙은 가격표를 보고 돈을 두고 가는 방식이죠” 김근중 청년회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주민들을 못 믿는것이 아니라 타지의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섬이기 때문에 혹여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이다. 이에 24시간 보안 카메라를 운용하고 운영권은 오리청년회에게 속하게 했다.

김회장의 걱정과 달리 양심 가게가 운영된 지 세 달이 넘도록 사라진 물건은 없었다. 청년회에서 일과를 각각 마치고 다 같이 모여 정산하면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꽤 남았다. 이유인즉슨 어르신들이 거스름돈을 챙겨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돈 통에 가격보다 더 넣어주신 어르신들도 계셨다고 한다.

덕분에 ‘오정리 점빵’은 하루 최소 만원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지금까지도 흑자를 기록중이다. 물건들 또한 무수히 많은 종류들의 과자,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각종 라면과 컵라면들, 삼겹살, 목살, 항정살, 가브리살, 간장, 설탕,버너, 담배, 라이터, 물티슈, 일회용품, 식용유, 식초, 미원, 휴지, 물엿 심지어 데일밴드와 모기약까지. 없는게 없는 속이 꽉 찬 ‘오정리 점빵’이다.

   
▲ 여러 종류의 라면들과 과자, 생필품들이 보인다. 가격 또한 육지의 마트와 다르지 않다.

▲ 마을의 자랑거리, 소통의 공간

“어이~ 우리 오리엔 양심 가게가 있당께, 양심가게 알지라?”

다른 마을의 어르신들과 마주하는 오리마을의 어르신들은 ‘오정리 전빵’을 입에 침을 튀기며 자랑한다. 주인 없는 무인(無人)양심 가게 ‘오정리 점빵’은 어느새 마을과 어르신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가게에 오고 가며 서로 안부를 묻고 외로움을 달래는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오리청년회와 부녀회에서는 버너와 불판도 가게 한 켠에 가져다 놓고 커다란 TV, 테이블과 의자까지 설치했다. 순전히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종종 모여 고기도 함께 구워먹고 뉴스와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한단다.

“부녀회에서 가게를 설립, 운영하기까지 헌신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마을은 공동체입니다.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죠. 어르신들이 간판을 달던 날, 활짝 웃으시더라구요. 좋은 일 했다며 손을 덥석 잡으실 땐 좀 더 빨리 신경 쓰지 못한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오랜만에 서로 정을 느끼며 뿌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회장은 겸손해했다. 좀 더 빨리 가게를 설립했어야 했다면서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서로 먹고 사는게 바빠 이웃을 챙기지 못한다. 그러나 대둔도의 섬마을 오리에서는 ‘오정리 점빵’으로 인해 마을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가게에 사람을 두지 않고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흑산도 오리마을 양심슈퍼.

그 어떤 대기업의 무인시스템보다 사람을 믿는 양심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오정리 점빵: 신성 상회’는 바쁜 현대인들과 도시 사람들에게 정(情)이란 무엇인지, 공동체의 진정한 뜻은 무엇인지 각성시키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효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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