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남도’ 의 ‘2017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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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남도’ 의 ‘2017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11.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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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 예술총감독
▲ 김상철 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 예술총감독.

남도는 예로부터 ‘예향’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는 ‘맛’과 ‘멋’, 그리고 ‘소리’ 등으로 대변되는 풍부한 문화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는 이러한 남도의 문화, 인문, 역사적 자산을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남도문예 르네상스>를 기획하였다.

2017 전남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는 내년에 있을 ‘2018 전남국제수묵화비엔날레’의 준비과정으로, <남도문예 르네상스>의 선도 사업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전남도가 수묵화를 선도사업으로 정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남종 수묵화의 맥이 진도의 운림산방에서 비롯되었다는 역사적 정통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7 전남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는 본전시를 비롯하여 9개의 특별전, 12개의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었다. 지역으로는 목포와 진도를 아우르며 232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323점이 전시되고 있다. 목포 문화예술회관에서의 본 전시에는 69인의 국내 수묵작가들의 작품들과 중국, 대만, 미국, 호주를 비롯한 8개국의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밖에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 목포 여객선 터미널 갤러리, 오거리 문화센터, 나무 숲 일원 등과 진도 남도전통미술관. 금봉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내용은 전통적인 수묵화를 비롯하여 현대 수묵화, 디지털로 재해석된 현대적 작품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규모와 내용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수묵화의 상황과 면모를 비교,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본 전시장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의 전시는 전통수묵에서 변화, 발전한 다양한 현대수묵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관념 산수화에서 실경 산수화로의 변화 양태는 물론 서구 추상미술의 영향을 반영하는 비구상 작업에서 설치와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 미국, 프랑스 등 외국 수묵작품들이 같은 공간에서 전시됨으로써 각국의 다양한 현대수묵의 변화를 비교, 가늠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수묵 작품들은 한지를 통해 발현되는 강렬한 수묵의 맛과 거침없는 운필의 호방함이 두드러진다. 분방하고 개성 있는 수묵의 해석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내용들을 수용해 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필묵을 기반으로 한 구상미가 두드러지며, 필묵의 변용을 통한 새로운 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만 작가들의 작품들은 같은 중화문화권에 속하지만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양태를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수묵에서 탈피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성취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실험성이 두드러진다. 

국내작가들의 작품들 중 김천일의 작품은 독특한 실경산수로 눈길을 끈다.이 작품은 전남 강진 월남리에서 바라본 월출산을 그린 것으로, 현장에서 월출산을 직접 마주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섬세하고 꼼꼼한 필치로 표현해낸 월출산은 두텁고 아득한 산의 깊이와 신령스러움을 유감없이 전해주고 있다. 특히 누런 흙빛이 감도는 한지를 사용함으로써 투박하고 거친 듯 하지만 정감이 넘치는 우리 산천 특유의 표정을 담아내고 있다. 

조용백의 <수묵서정>은 수묵과 판화 기법인 실크스크린을 혼용한 작품이다. 항구도시인 목포의 특징적인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표현하고, 다시 수묵 특유의 맛을 더함으로써 완성한 독특함이 두드러진다. 사실적인 항구풍광을 함축과 생략을 통해 표현하고, 과감한 수묵의 운용과 넉넉한 여백의 설정을 통해 수묵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수묵의 다양한 실험방식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중국작가의 경우 조기(趙奇)의 작품은 현대 중국화의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이다. 전통적인 서예적 필선에서 벗어나 마치 짧은 선들을 잇대어 사용하여 변화를 추구하고 엄격한 형태미가 두드러지는 작품 양식은 전형적인 중국 수묵화의 양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양효양(楊曉陽)의 경우 분방하고 자유로운 필선의 구사를 통해 새로운 수묵화의 표현 방법을 추구하는 경우이다. 필의 변화를 통한 현란한 농담의 구사가 두드러지는 작가의 작품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대만은 일찍이 서구미술을 접함으로써 중국과는 사뭇 다른 수묵화의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진명(李辰明)의 작품은 수묵을 기반으로 암벽의 질감을 적극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수묵화의 표현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화면을 전통적인 족자방식을 이용하여 삼분함으로써 일반적인 평면회화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불상과 같은 전통적인 표상을 표현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경우이다. 손익화(孫翼華)는 대만의 여류화가로 꽃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합판을 가공하여 특수한 처리를 한 다음 다양한 재료들로 꽃을 표현한 작품은 우연에 의한 현란한 변화와 오묘한 깊이감으로 신비한 느낌을 준다. 이는 수묵화가 새로운 양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 예라 할 것이다.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수묵화는 각국의 정치,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수묵화는 다양화, 다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미술 상황 속에서 장차 크게 주목될 것이다. 이는 날로 증대되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중국의 부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필연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2017 프레비엔날레와 2018 비엔날레는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의 과정에서 수묵화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적 가치를 선점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예향’의 명성을 회복하고 지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적극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이 바로 <남도 문예르네상스>이며, 이는 이번 2017 전남국제 프레수묵비엔날레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점검받게 되는 것이다.  
김상철(2017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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