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제 수묵 프레 비엔날레를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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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국제 수묵 프레 비엔날레를 마치면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11.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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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동덕여대 교수. 프레 비엔날레 총감독)

지난 10월 13일 개막하여 한 달 여의 장정을 이어 온 2017 전남 국제 수묵 프레 비엔날레가 마침내 11월 12일 막을 내렸다. 전라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남도 문예르네상스의 선도 사업으로서의 의미와 국내 초유의 대규모 수묵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이번 행사는 지역은 물론 중앙에서도 적잖은 관심과 화제를 몰고 왔다. 그것은 새로운 비엔날레의 시작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과연 수묵화가 비엔날레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왜 전남이며 또 목포, 진도인가 하는 지역에 대한 물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것이었다. 지역에서는 행사 자체에 대한 낯설음에서 비롯된 회의적인 시각에서부터 수묵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 나아가 우리 수묵화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이번 수묵 프레 비엔날레는 본래 한. 중. 일 국제 수묵 교류전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아시아라는 제한된 지역과 수묵화라는 특정한 장르에 국한된 미술 교류전이다. 그러나 1년 후에 있을 본격적인 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류전 정도의 사업 추진을 통해서는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 이를 프레 비엔날레로 확대하였다. 물론 물리적으로 매우 벅찬 상황이었지만, 내년 수묵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사업 자체의 방향 선회와 목적 설정은 많은 번거로움과 시행착오를 유발하며 어렵사리 진행되었으나 적잖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일구어 내었다. 그것은 반복적인 계획의 수정과 보완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경험은 분명 내년의 행사를 준비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수묵화 프레 비엔날레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1개국 232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323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역으로는 목포와 진도를 아우르며, 전문적인 전시장은 물론 만호동 일원의 빈 상가와 유휴시설을 활용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평화광장 산책로의 깃발 설치미술, 오거리 문화센터의 디지털미술, 진도의 전통 남종화의 화맥을 정리하는 전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더불어 체험 및 교육 등 14개 프로그램이 더해져 규모와 내용면에 있어서는 비엔날레의 예비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규모와 내용을 갖추었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는 약 4개월여에 걸쳐 기획되고 추진되었다. 물론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전라남도청의 전폭적인 협조와 구성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전라남도청은 행사의 주무 관청으로 모든 분야에서 관리, 감독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확인한 그들의 관심과 노고는 그간 일반적으로 가졌던 공무원, 혹은 관청에 대한 이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을 넘어 일정한 감동을 주는 헌신적인 것이었다. 이는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서는 민과 관이 어떻게 협조하고 협력해야 하는 바를 잘 보여준 건강한 사례라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술 행사로 이미 우리나라에는 적잖은 비엔날레가 진행되고 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반 시설과 사회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목포와 진도는 기본적으로 비엔날레를 개최할 수 있는 전시장은 물론 사회적 기반과 여건 자체가 절대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타 비엔날레와는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이 절실하다. 특히 미술을 위한 미술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기본 인식을 전제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였다. 궁극적으로는 미술을 통한 도시 재생, 혹은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의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하고자 함이 바로 그것이다. 구도심에 관심을 갖고 일반 시장과 거리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며, 전 시민과 군민이 참여하고 그 혜택이 지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비엔날레 형식의 모색은 절실한 것이다. 이를 ‘남도식 비엔날레’로 명명하고, 지역적 특수성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미술 문화운동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이는 장치 내년에 있을 제 1회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의 기본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 의의의 정당성과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 전반을 개괄하여 본다면 시간의 절대 부족과 부실한 사회적 인프라, 그리고 지나치게 방만한 프로그램의 운용 등 적잖은 문제점들이 노정되었다. 특히 행사의 홍보는 크게 미진하여 보다 큰 공감대를 이끌어내 흥행에 이르게 하지 못한 점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각 프로그램과 전시 등의 유기적 연관성이 부족한 점 역시 반성되는 부분이다. 이는 지역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자세한 이해와 더불어 장차 수묵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의 정립이라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목포시와 진도군 등 행정 당국과의 보다 긴밀한 협조는 내내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전적으로 지역을 위한, 또 지역민을 위한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는 물론 지역 미술인과 지역민들의 협조와 호응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히 도청의 행사, 혹은 미술전시 정도로 치부하는 시각의 개선은 절실한 것이다. 사업 초반에 불거졌던 지역 미술인과의 소통 부재에 따른 불협화음 역시 크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원칙이다. 내년의 행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보완, 수정함으로써 비로소 비엔날레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비엔날레는 상업성과 거리가 있는 실험적 미술을 통해 기존의 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어 건강한 미술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수묵과 같이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닌 표현 방식은 이러한 발상 자체를 무색케 한다. 특히 ‘예향’을 자부하는 남도는 수많은 전통회화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의 적절한 균형과 수용은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과제이다. 더불어 남북분단의 상황에서 북한 미술을 여하히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목포와 진도의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과 자산들을 여하히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수용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또 나아가 우리 수묵화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남도가 ‘예향’으로서의 본연의 명성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 있을 수묵비엔날레는 단순한 미술행사가 아닌 미술을 통한 문화운동, 혹은 사회운동으로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비로소 그 효용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 이번 프레 수묵비엔날레를 마치면서 얻은 확실한 결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를 통한 미술에 의한 사회 운동,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모델 구축은 결국 ‘남도식 비엔날레’의 가장 큰 골간이며 핵심 요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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