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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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12.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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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 돌아가진 아버님의 기일을 맞아 네 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다들 자식을 둔 네 명의 아버지가 모여 돌아가신 한 분 아버지를 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에게 아버지는 엄하고 무서웠던 분, 그리고 가정을 위해서 한 몸을 바치셨던 누구보다도 강인하셨던 분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버지의 고민과 아픔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날의 대화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처럼 아버지도 많이 힘들고 외로우셨을 것이 분명한데도 우리는 아버지가 짊어지셨던 삶의 무게와 그 고독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네 아들 모두 아버지와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도 그날 알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유교적인 문화권에서 살아오신 아버지는 그 시대의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늘 위엄과 체통을 지키시고 가족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그리고 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되는 강인한 아버지로서의 삶을 유지하려고 애쓰셨던 것 같다. 이제야 생각해보니 언제나 엄하고 무서우셨던 아버지의 등 뒤에는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가장의 무게와 고독과 슬픔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88” 에서도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한 덕선의 아빠 동일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침착하게 손님들을 맞아 가족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해외에 있던 형이 도착하자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우리 엄마 왜 이리 빨리 가셨냐고, 이제 우리 엄마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오열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장면 뒤로 덕선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어른들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버텨냈을 뿐이다. 어른들도 아프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있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금년 9월 진지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에 목숨을 잃은 장병의 사연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한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을 때 그 장병의 아버지는 아들을 숨지게 한 직접 원인인 유탄을 쏜 장병을 밝혀내거나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군당국에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총을 쏜 병사가 큰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병사도 어떤 부모의 소중한 자식일 텐데 그분들께 아픔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떼 같은 자식이 값없이 죽어 가슴에 묻게 될 때, 낳은 정, 기른 정, 키운 정 다 든 금지옥엽이던 그 자식 살려내란 하소연을 어찌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같은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 슬픔 다 안으로 삭이며 참아냈을 그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같은 또래를 가진 아비의 입장에서 가슴이 아린다.

지금도 보고 싶은 아들생각에 남몰래 눈물을 닦고 있을 그 장병의 아버지와 오늘도 힘들고 외롭지만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의 아버지들을 생각하며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적어본다.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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