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철 작가의 목포 백년의 골목길 탐방 - 1
상태바
■유용철 작가의 목포 백년의 골목길 탐방 - 1
  • 류용철
  • 승인 2017.12.13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에 오시면 오거리(吾居里)에 오시라
목포 오거리 항공 사진.

[목포시민신문=유용철기자]누군가는 그곳에서 끝이 난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곳이 시작이라 말한다. 땅이 끝나는 자리. 곧이어 바다가 시작하는 그곳은 무안반도의 끝자락. 끝에서 시작을 만나는 곳.

무안반도 끝자락 목포.

1914년 1월 개통한 이후 호남 소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호남선 종착역 목포역은 철도가 끝나는 곳이다. 목포역사는 현대적 감각의 건물이지만 인근 풍경은 70~80년대 세월의 시계 바늘이 멈춰 버린 듯 하다.

항구 도시 목포의 이미지보다는 내륙 도시의 이미지가 더 와 닿는 목포역 인근 전경. 검은 아스팔트 광장의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어온다. 세월의 덮개 속에 앙버티고 있는 2~3층 건물에서 산업화 물결을 비껴간 정체된 목포를 읽는다.

목포역에서 눈을 돌려 살짝 비껴서면 “목포의 오거리”가 있다.

목포 출신 최재환 시인은 ‘오거리’를 다섯 오(五)의 ‘오거리’가 아닌 나 오(吾)와 살 거(居) 마을 리(里)의 오거리(吾居里)로 주장한다. 다섯 갈래의 거리가 있다는 의미의 ‘오거리’가 아닌 내가 사는 마을이란 의미를 가진 ‘오거리’라는 것이다.

오거리(吾居里)가 정겹다. 머물고 싶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는 어디든 들어가 막걸리 한잔 기울리며 구성진 진도 육자배기 한 수 불리고 싶은 곳이다. 누군가는 목포에 오면 꼭 오거리에 들려야한다고 소리 높여 말한다. ‘목포의 제 맛은 오거리에 있어’라며 오거리 자랑을 늘어 놓는다.

능창능창 버들가지 새싹은 없어도 친구가 있고 농익은 술이 있으며 갓 잡아 올린 조기가 파닥파닥 육탁(肉啄)을 치며 뛰어오르는 싱싱한 맛의 선술집이 있는 곳 목포 오거리다.

선술집의 대명사 덕인주점은 막걸리와 홍어, 삶은 돼지고기, 잘 익은 묵은 김치가 결합된 ‘홍탁삼합’으로 유명하다. 시큼한 김치 맛에 홍어의 톡 쏘는 맛이 식감을 자극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독 홍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흑산도 홍어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고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은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고 영국 유학을 떠나있을 때, 누군가 목포에서 아이스박스에 홍어를 넣어 보냈다. 그걸 받아보고 무척 좋아했다는 일화는 흑산홍어 맛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풍진세파의 무진 삭풍을 이기고 한 겨울 만개한 인동초나 삭히고 썩혀야 제 맛을 내는 홍어는 어쩌면 상통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이곳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해운사를 운영했던 사무실이 아직 남아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또, 1964년 첫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사용하던 민주당 목포당사를 비롯해 1945년 해방 이후 한때 목포일보 사장을 맡았는데 신문사 건물터 등이 남아 있다. 예전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이 변했지만 이곳에서 수많은 지역 인사들와 교류를 했으며 질곡의 현대사에 고뇌하는 모습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역사의 거대한 풍랑은 한반도 끝자락 목포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아픈 역사는 목포에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1897년 10월 1일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근대적 개항을 한 목포에는 일본인들이 몰려들었다. 목포보다 일찍 개항을 한 부산에서 상인들이 옮겨왔다. 목포에 이주한 일본인들은 자신들만의 거류지역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간척사업을 한다. 자신의 신을 숭배하기 위해 신사를 짓고 일본식 가옥과 일본 전통 절을 지었다.

당시 일본 전통 절인 동본 원사가 해방 이후 교회 건물 등으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목포시 문화센터로 변했다. 과거 목포시가 이곳에 주차장을 신설하면서 건물을 허물어 버리려 했지만 시민사회단체가 들불처럼 일어나 ‘아픈 과거이지만 대한민국 근대사의 한 축으로 보존돼야한다’는 주장을 펴며 건물 보존을 주장했다. 이에 건물을 허물려했던 목포시가 보존 쪽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목포시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원사 입구 처마 모양이 임진왜란 침입자 장교의 투구를 닮아 왜식이 짙게 배어나오면서 멈춰진 시간속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에 숨죽이고 있는 세월의 무게만큼 보는 이의 생각도 겹겹이 쌓인다. 세월의 덮개가 앉았지만 아픔의 흔적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세월은 흐르고 옛 이름은 지워졌다지만 역사는 그렇게 어둠속으로 사라지지만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속의 한줄기 빛에 다시 세상을 보는 이유이다.

 

한국전쟁과 함께 이산가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금성떡방’은 목포 떡방앗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2001년 한국전쟁 당시 서울대학교 재학 중이던 아들이 납북된 이후 50년만에 재회를 해 지역사회 관심을 모았다.

‘유달산 등구’ 입석대 네거리는 원도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세월을 뒤집어 쓰고 오래된 2층 목조건물은 목포의 최초의 다방(茶房)이 있던 자리이다. 일제강점기 20년대 한국 최초 극작가 김우진이 사랑에 빠졌던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아직도 흘러나올 것 같다. 식민지 지식인 청년이 조국 독립의 열망을 가슴에 담고 울분을 참으며 술에 취해 젊음을 탐닉했던 그 시절. 세무세단의 한복에 분 냄새 나는 이름 모른 마담의 커피 한 잔에 세월은 갔을 것이다.

당시 다방은 3백1흑(쌀, 소금, 면화, 김)의 제국주의 수탈 항으로써 번성했던 목포 산업과 함께 번창했다, 문학인들과 화가들은 이곳에서 상공인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예술의 세계를 키워갔다. 남종화의 대가 남농이 이곳 인근에 터를 잡고 작품 활동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정혜원’은 법정스님과 인연이 깊다. 졸탁동시(?啄同時)이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전남 해남군 문내면이 고향이고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고 있던 법정스님이 이곳에서 중요한 만남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까까머리 대학생이었던 법정은 출가한 경험을 가진 고은 시인을 만났다. 출가를 결심한 법정은 고은시인을 통해 당대 최고 선승으로 이름이 높은 월봉스님을 만나 출가를 하게 된다. 법정의 무소유는 이렇게 정혜원에서의 만남 속에서 시작, 탄생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다.

사람 사는데 인연(因緣)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글에서 경계(敬啓)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중략>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라고 설파했다.

정혜원 옆에 목포 중국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태동반점’이다. 영암군 삼호읍이 고향인 부부가 3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원도심의 번성과 쇠락을 몸소 느끼며 신도심으로 가게를 옮길 법도 한데 고집스럽게 쓸쓸한 거리를 지키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중깐’이란 짜장면이 유명하다. 목포의 맛 집을 찾는 미식가들의 입소문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탱글탱글한 완두콩과 짭쪼롬한 ‘중깐’으로 비벼먹는 쫄깃한 면은 일반 짜장면과 다른 식감을 자랑한다.

‘유달산 등구’를 통해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바로 유달산 노적봉에 다다른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목포시 풍경은 푸른 바다와 삼학도, 목포항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목포눈물 노랫가사에 나와 전국적으로 유명해 진 장소이다.


여름 뙤악볕에서는 한줄기 바다바람이 땀을 씻어주듯이 답답할 땐 탁인 바다가 마음을 달래준다. 바다와 하나 되는 풍경이 있어 고단한 삶의 위로가 되는 곳.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 그 무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다니던 항구의 골목길에는 삶이 다져놓은 고단함이 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도시는 이들의 버팀목으로 흥망성쇠의 운명을 함께 한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 쌓인 시간의 역사가 인생의 역사가 맞물려 있듯 항구 목포의 삶도 바다와 함께 한다.
유용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