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후보 청산도 흉상과 송덕비(頌德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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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후보 청산도 흉상과 송덕비(頌德碑)
  • 류용철
  • 승인 2018.06.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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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철 목포시민신문 대표이사 -

본사로 한 장의 사진이 전달됐다. 장미향 가득한 오월 햇살에 비춰진 사진은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대학시절 한양대 리영희 교수의 ‘우상과 이성’을 읽고 한참을 충격에 사로잡혔던 추억이 함께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플라톤의 4대 우상론을 배운 이후 나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우상을 찾아가는 책 내용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총과 칼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독재자들은 정권과 자신, 가족, 조상을 우상화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 복종하고 추종하는 사람을 양성하는데 교육이 활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식 목포시장 후보가 완도군수 3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완도군 청산도에 후보자의 공적을 기리고 기념하기 위한 비와 흉상을 세웠다는 사실에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고민했다.

우리 역사를 보면 지방 관료의 선정(善政)을 기리기 위해 송덕비(頌德碑)를 세웠다. 우리 역사상 송덕비(頌德碑)의 효시는 다름 아닌 전라남도 순천시의 ‘팔마비(八馬碑)’가 효시다.

고려 충렬왕 때 순천 영동지방 승평부사를 지낸 최석(崔碩) 선정비(善政碑)다. 최 부사가 비서랑으로 직을 옮기자 백성들은 관례대로 말 8필을 선물했다. 하지만 최석은 폐습이라며 개경으로 오는 도중 태어난 망아지까지 합해 9필을 돌려보냈다. 감동한 백성들이 송덕비를 세우고 팔마비라고 불렀다. 이를 계기로 부사에게 말을 선물하던 폐해가 사라졌다.


관료의 공덕을 칭송해 백성이 자발적으로 세우는 것이 송덕비의 취지다.

공적을 엄격히 심사해 왕의 칙령을 받도록 했지만 협박과 억지를 앞세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비 건립을 강요한 관리의 악정(惡政)에 대한 분풀이로 비사치기(비석차기) 놀이가 생겼을 정도다.

조선시대 탐관오리의 대명사인 조병갑은 부친 송덕비를 세운다는 핑계로 돈을 걷다가 동학농민운동에 불을 지폈다. 조병갑의 함양군수 시절을 칭송한 선정비의 진실성 논란도 이 같은 행적에 근거한다.

전국에 산재한 송덕비는 과거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이 많았다는 방증이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훈의 소설 ‘흑산(黑山)’에 묘사된 조선 민초의 삶은 지옥이다.

‘일 년 동안 현감이 네 번 바뀌어 전별금을 모으느라 마을은 결딴이 나고, 송덕비를 세우는 사이 새 수령 행차가 또 들이닥친다. 백성은 신관 사또가 오래 머물게 해달라며 관찰사에게 소장을 올린다. 끼니거리도 없는 마을 어귀에는 송덕비 스무 개가 즐비하다.’

송덕비가 이미 지방 관료들의 탐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말한다. 관료들이 백성들을 보살피고 선정을 베푸는 진정한 목민관이 되도록 활용됐던 송덕비가 자신의 공적을 왜곡하고 백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정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친일 인사들의 송덕비가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송덕비에 기록된 내용으로 좌우익의 학살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상들의 송덕비를 숨기려는 후손들까지 생겨났다.

이런 이유로 송덕비를 제막하는 관습도 차츰 사라져갔다.

사진에 보여 진 김종식 후보의 송덕비에는 흉상까지 함께 보였다. 완도군수 시절 청산도를 발전시킨 공적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건립했다고 김 후보는 밝혔다. 필자는 주민의 순수한 뜻을 폄훼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 규모가 너무 웅대하다. 흉상까지 건립했다는 것은 정도에 지나친 느낌이다. 조선시대에는 직급에 따라 집과 가구, 묘지 비석 등의  규모를 결정했다. 이것은 사람의 과욕을 막기 위해 규제했다.
흉상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은 크다. 개인의 우상화의 시초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상화는 독재자들의 통치술로 여긴다. 우상화로 인해 사회에서 정의 실현에 걸림돌이 된 경우를 목격하며 살았다. 현대사의 왜곡도 군사독재자들의 우상화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우상은 편견을 원칙으로, 특혜를 권리로, 반칙을 공정으로, 독재를 통치술로, 아집을 인간형 고뇌로, 편법을 정의로, 불법을 정당화로 둔감시켰다.
흉상이 숭덕(崇德)하고 우상화의 시작이 아님을 알면서도 흉상의 그림자에서 우상이 읽혀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김종식 후보가 성찰해 봐야할 대목이다.

오는 13일 새로운 ‘지방권력’이 대거 탄생한다. 로마 전성기를 이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에서 지도자의 덕목을 나열했다.

“늘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가식 없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맡은 바 의무에 용감한 사람이 되라.”

우상화가 되는 송덕비를 세우고픈 지역일꾼들은 명심할 것이다. 공은 꼭 겉으로 나타내지 않아도 그 큰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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