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남도’, 그리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의미와 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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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남도’, 그리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의미와 실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8.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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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

  잘 아시다시피 전남은 예로부터 ‘예향’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예향’이란 말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면 ‘예향’이라는 말은 ‘예술을 해도 먹고 살만한 고장’이라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에도 남도를 ‘예향’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에 개최되는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이러한 현실 인식을 전제로 이해함이 옳을 것입니다.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남도문예 르네상스라는 큰 프로젝트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남도문예 르네상스는 남도가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 인문학적 자산들을 발굴하여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원대한 계획입니다. 이는 이전의 지역 발전이 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였다면, 그것이 한계에 다다른 현실을 직시하고 문화, 예술적인 자원을 발굴, 개발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으로, 국제수묵비엔날레는 그 첫 번째 사업인 셈입니다.

  ‘예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서화’문화일 것입니다. 남도에서 굳이 수묵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남도문예르네상스 중 그 내용이 가장 선명하고 역사성, 전통성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여하히 산업화, 자원화하여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바로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궁극적인 목적인 셈입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 2017년의 프레 비엔날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목포와 진도의 6개 전시장을 활용하여 15개국 240여명의 작품들이 전시되게 됩니다. 그중 운림산방을 비롯한 진도권은 전통적인 수묵화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산수화를 중심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며, 목포 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한 목포권 전시는 상대적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보이게 됩니다. 현대미술은 실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묵 역시 일반적인 평면 작품에서부터 설치, 미디어, V.R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로 해석된 수묵 작업들이 선보여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수묵의 세계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수묵비엔날레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저변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수묵 체험은 물론 지역 초, 중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풋풋한 수묵 작품들이 선보이게 됩니다. 또 미술은 미술관에서 감상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시장에서도 미술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앞치마 미술제’라는 획기적인 행사를 8월 3일 목포 자유시장의 남진야시장에서 진행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7개 이상의 비엔날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현상을 보면 가히 비엔날레 공화국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이례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비엔날레라는 평가를 받는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비엔날레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긍정과 용인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술을 위한 미술 행사, 혹은 폐쇄적인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지역을 위한, 지역민의 삶과 직결되는 비엔날레를 통해 확보되는 가치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세계는 보편성보다는 특수성과 차별성, 지역성, 특수성을 용인하고 존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 환경은 우리들에게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는 있으며, 서울에는 없고 전남에는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유력한 답 중 하나가 바로 ‘수묵’이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비엔날레를 단순히 미술행사라는 제한적 인식에서 벗어나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하고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남도문예 르네상스의 원대한 계획이 원활히 추진되어 남도가 ‘예향’으로서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건강한 비엔날레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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