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에 1만8000원…치솟는 물가에 서민들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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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에 1만8000원…치솟는 물가에 서민들 시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6.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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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줄 모르는 기름값·갈수록 올라가는 통신비

올라도 너무 올랐다.

문화·레저·여가가 어느덧 우리 삶의 중심으로 다가오자 서민들마다 '삶의 질' 유지 비용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되는 물가 인상 충격은 예전과 달리 단순 먹거리나 옷가지, 생필품에서 보다 정부의 감시눈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문화, 레저, 여가활동 부문에서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기름값에 통신비도 떨어질 줄 모른다.

"주변에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봤지만 리터당 2000원 이하는 찾아보기도 힘들어요. 얼마 전에는 리터당 1995원하는 주유소를 찾고는 환호했지만 30분이나 기다려 기름을 넣었습니다."

직장생활 2년차인 김철수(29·가명)씨는 올해 초 부모님 자동차를 넘겨받았다. 버스 정류장 위치가 애매해 자가운전족이 됐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한달 기름값만 30만원이 넘는다"는 김씨는 이 참에 자전거 통근족이 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유소 어디가 싸지"... 오피넷 방문자 2년새 두배

매일 출근과 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으로선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게 교통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라고 하지만 교통비와 통신비 등 피부 물가 상승률은 20%가 훨씬 넘는다.

최근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유소의 기름값 계기판은 여전히 2000원대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살인적인 기름값 때문에 조금이라도 값싼 주유소를 찾으려는 발길도 늘었다.

주유소 판매가격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넷에는 3월말 기준 하루평균 4만5000명이 방문한다. 불과 2년전인 2010년 하루 평균 방문자가 2만4562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값싼 주유소를 찾는 사람들이 두배 가량 늘었다는 의미다.

2010년 출시한 오피넷앱 이용자수 역시 2010년 2729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9135명으로 10배가량 폭증했고, 올해 3월에는 3만4775명을 기록했다.

오피넷 관계자는 "유가가 하도 오르니까 그동안 주유소 판매가격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방문이 급속히 늘고 있는 양상"이라며 "불법주유소 정보를 검색하는 고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교통비라도 줄이자"... 뚜벅이족 부쩍 늘어

유가 상승 때문에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까지 슬금슬금 오르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내버스요금은 20년 사이에 5.4배 올랐고, 지하철 요금은 3.9배 올랐다.

시외버스요금은 4.5배 껑충 뛰었고, 택시요금은 2.3배 올랐다. 특히 지난 2월25일부터는 서울 시내 지하철과 간·지선 버스, 광역버스, 마을버스 요금을 150원씩 오르면서 체감 교통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교통비라도 아껴보려는 사람들은 이참에 '뚜벅이족'으로 변신한다.

영업 업무를 하는 조정은씨(33.여.가명)는 요즘 한 두 정거장은 가급적 걸어서 다닌다.

조씨는 "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은 만큼 주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교통비가 한 달에 1만~2만원가량 더 들더라"며 "건강도 챙길 겸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심정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신발이 불편해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종아리가 통통 부어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최규선(24)씨 역시 절반은 왠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뚜벅이족.

최씨는 "등록금에 한 푼이라도 보태려고 걸어 다니거나 학교 버스를 탔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까지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야 한다"며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카드가 있는 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끊을 수도 없고..." 통신비 어떡하나

은행에 다니는 정철민(42)씨는 얼마 전 20만원을 훌쩍 넘는 핸드폰 요금 통지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3만원짜리 정액제 요금을 사용하는데 매달 중순께면 요금제를 다 썼다면서 제 핸드폰을 달라고 조릅니다. 최근에 딸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는데 비싼 기계값에 통신비까지 포함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요. 10년 전만 해도 핸드폰 요금은 둘이 합해 5만원도 안 나왔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정 씨는 "주택자금 대출금에 아이들 학비도 버거운데 핸드폰 요금만 기십만원을 차지해 내 핸드폰이라도 끊을까 고민해봤지만 아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탕만 친다"고 속내를 보였다.

통신비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다.

분당 요금은 내렸지만 정보이용료에다 인터넷 서비스 등등으로 핸드폰 비용은 갈수록 커진다.

지난해 3분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계통신비는 처음으로 15만원대를 돌파했다. 특히 2009년 말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정액요금제를 기준으로 30% 가량 늘었던 통신비는 최근 LTE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20% 가량 올랐다.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장경민씨(32)는 "2년 동안 매월 기본요금이 5만5000원인데 무료 통화시간이 300분밖에 안 돼 초과된 통화료와 문자 사용료까지 합하면 한 달에 7만~8만원으로 나간다"며 "기존 폴더폰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나온다"며 후회했다.

보험설계사인 박혜원(53)씨 역시 "남편과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까지 합해 스마트폰 요금이 한 달에 30만원 정도 나온다"며 "통화시간은 2~3분이지만 4~5분 정도 하는 기분이 들어서 최대한 짧게 끊거나 일반 전화를 쓰고, 무료인 카카오톡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문화비 갈수록 부담되는데, 제자리 월급에 '눈동자만 돌려'

가장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도 가격도 많이 올랐다.

통계청의 생활물가지수에 따르면 영화관람료 물가지수(2010=100)는 1991년 45.1에서, 2011년 100.6으로 올랐다.

과거 4000원 수준이던 영화가 약 20년 동안 두 배 조금 넘는 8000~9000원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음·식료, 의복, 집값, 교육비 등 다른 항목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지만 3D, 4D 영화 등은 제외된 지수라 서민들의 체감지수는 훨씬 높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여자친구와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4D 영화를 봤는데 5만원 가까운 돈이 들더라"며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대출이 있고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더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씨는 "보자니 부담스럽고, 안 보자니 '원시인'이 되가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만 문화생활 비용은 줄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월급이 오르는 딱 그만큼만 물가가 오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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