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는 아름답고 신바람 가득하다.
상태바
작은 학교는 아름답고 신바람 가득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8.09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정명여고 교사 양승희

[목포시민신문]무안군에 있는 삼향 동초등학교는 전 학생이 매 주마다 ‘방과 후 수업’을 이용해 뮤지컬을 배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뮤지컬을 해마다 공연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참 행복하겠구나였다. 그러나 순간, ‘선생님들이 정말로 대단하시구나!’ 싶어 박수쳐드리고 싶었다. 수업에, 학급 운영에, 작은 학교여서 몇 분 안되는 선생님들이 공문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숨 가쁘실 터.


뮤지컬은 대본에서부터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손이 필요한 종합예술이 아니던가?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궁금해서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 게시판을 보니 뮤지컬에 관한 자료가 2013년부터 있었다. 다른 자료를 보면 더 먼저 시작한 듯싶었다.


게시판에는 담당교사 이름 아래, 뮤지컬 연간 운영 계획, 뮤지컬 대본이나 악보와 같은 교재, 학년마다 다른 뮤지컬 운영 수업안이 올라와 있다. 오디션 공고, 안무와 대사, 노래 계획도 있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랴 게시판에는 없었지만 의상이나 무대장치, 수많은 등장인물의 메이크업도 적은 일은 아니다.


작품도 해마다 달랐다. ‘날아라 슈퍼운동화’, ‘꿈틀꿈틀 표류기’, ‘어린이 캣츠’. 올해는 ‘내 마음의 풍경’이 올라와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교직에 있었던 어느 해였을 것이다. 학교가 가을이면 축제를 하는데 우리 반 애들이 미니 뮤지컬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그램마다 다 참여하는 중이고 시험도 있어서 만류했다. 대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미니 뮤지컬 대회 참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나 몰래 연습했다.


대회 2, 3일 전이었나? 의상과 무대장치를 준비하는 우리반 ‘만능’이가 나를 연습하는 강당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연습으로 강당을 달구고 있었다. 연습하는 애들이 눈부셔서 나무랄 수 없었다. 한때 공부를 포기했던 ‘가능’이는 무대에서 유난히 빛났다. 멋진 의상에 걸맞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애가 이렇듯 발랄했던가?’ 싶어 가슴이 뛰었다. 결국 우리 반은 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당연히 우리 애들은 한동안 신바람으로 살았다.    나는 대회가 끝난 날 무대 장치를 해체하는 만능이에게,


“친구들의 환호를 받는 프리마돈나가 부럽지 않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부럽기는 하죠. 그러나 이번 일로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대학도 이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이 애들이 대학에 입학한 여름 방학에 찾아왔다. 전공 이야기, 미팅 이야기, 남자 친구가 생기게 된 이야기로 왁자지껄했다. 만능이는 역시 유아교육과를 갔다. 교대를 간 아이가,
“선생님은 늘 걱정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3학년 때보다 2학년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2학년 때가 훨씬 절실했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


몇 개월 후면 동초등학교 학생들은 뮤지컬을 통해 알게 된 재능과 끼를 부모님과 지역민들 앞에서 마음껏 보여 줄 것이다. 79명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마당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의 마음을 닮아 또 한 번 성장하리라. 그리하여 점점 미래의 멋진 리더가 되리라. 나는 그날 뮤지컬을 보며 신바람으로 애들과 선생님들께 큰 박수를 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