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와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가 처벌받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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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와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가 처벌받지 않는 나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8.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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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달 경남 창원에서는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폭행당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혐오’와 ‘외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발언 난무’라는 우리나라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전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과 관련하여  ‘난민 · 무슬림 포비아’ 가 확산되고, 무분별한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종의 폭력적 언동이다. 특히 SNS에서는 예멘 사람들이 난민이라는 이유와 더불어 무슬림 남성이라는 이유로 유럽의 사례를 들어 잠재적 강간 범죄자로 지목하면서 인종 차별적 게시물이 업로드 되며 외국인혐오를 부추기는 차별선동이 반복 · 확산되기 시작하여 어느덧 통제가 필요할 정도에 이르렀다.

며칠 전 모 방송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공공연한 증오 발언,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인종이나 종교, 성별, 성적 취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폄하하여 폭력과 차별을 부추기는 언동)'를 다룬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향한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가게에서 “외국인에게는 물건을 안 파니 나가달라”는 말을 하는 장면과, 외국인이 잘못도 없이 폭행까지 당하는 장면들이 방영되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행위와 인종차별적 혐오발언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수 년 전부터 차별적인 표현과 행동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지만 우리정부는 국내의 차별 문제는 심각하지 않고, 현행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혐오 표현(hate speech)'에 대해 유렵국가는 단호한 대응을 하고 있다. 2012년 영국에서는 트위터에 흑인을 대상으로 인종모독적 발언을 올린 대학생이 56일간의 징역형으로 처벌받았으며, 독일 온라인상에선 '혐오 발언'이 게시될 경우 24시간 이내에 삭제된다고 한다. 2015년 12월 독일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 세계적인 온라인 소통 망 기업들과 ‘혐오발언’과 관련한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한 후 독일 법무부 장관은 "온라인이 극우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며 환영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일본 내 ‘혐한(嫌韓)’ 풍토가 확산되어 일본 거주 한국인, 한인 일본 여행객 등이 그 피해를 입어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헤이트 스피치’ 라고 하여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및 지자체 주도 하에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2013년 10월 교토지방법원에서 일본 최초로 "헤이트 스피치가 인종 차별 철폐 조약 에서 금지 한 인종 차별에 해당하여 위법이다" 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으며,  법무부는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또한 2015년 1월부터 헤이트스피치와 관련한 계몽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고, 2017년 2월까지 23개 도도부현의 약 70개 지자체에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전형적인 예를 제시하였다. 이후 가와사키(川崎)시에서도 ‘헤이트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 등 일본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선에서 혐오 표현을 자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 및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이것이 막연히 타 인종 혹은 종교에 대한 감정적인 증오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모두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중에 ‘헤이트 스피치’를 행하고 있을 지도 모름을 의식하여야 한다. 더불어 다양성을 포용하여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 풍토가 사라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자국민의 보호와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타문화 · 인종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와 혐오발언이 계속될 수는 없다. 온라인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모욕하고 모독하는 사람들이 모두 악질적인 인간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런 못된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렇게 해도 괜찮으니까... 게다가 끼리끼리 모인 곳에서 잘했다고 칭찬받으니까 하는 것뿐이다. 혐오의 대상이 된 사회적 약자들이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피해를 말하는 걸 주저하면, 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더욱 기세등등해져 공격하는 악행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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