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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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으로 산다는 것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9.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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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고양이보호연합 김인숙 회장

이런 날은 좋은 처마가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비 한 방울 들리지 않는 그런 곳에서 태풍을 피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부턴가 나는 이런 바람으로 살고 있다.

길에서 고양이만 보면 뭔가에 홀린 듯이 그 앞에 가서 앉아 인사하고,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예쁘다 멋지다 칭찬에 어떡하니, 어떡하니 안타까움으로 안부를 묻고 또 묻고.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사료에 캔에 영양제까지 챙겨주면서도 보면 볼수록 미안한 마음만 커지고, 내일도 꼭 만나자고 약속하고. 하루를 포기하고 일주일을 포기하고 일 년을 포기하며 해가 떨어지면 커다란 가방에 주섬주섬 밥을 챙겨 넣고, 미친년에 미친놈 소리는 흘려듣거나 귓등으로 쳐버리고 혹시 나 때문에 쫓겨나지 않을까. 나 때문에 배고프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아파도 살아달라고 배고파도 살아만 달라고 눈에 안보여도 그저 살아만 있어줬으면 하는 그대. 당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당당 할 수 없는. 캣맘은 그렇다.

함께 살고 싶어.

얼마 전 노동부에 4년 동안 큰 탈 없이 밥을 줬던 곳에서 민원이 발생했다. 민원의 내용인 즉, 그곳에 고양이 밥을 줘서 주변의 고양이들이 몰려들고, 쓰레기를 뜯어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도 못살겠다는 말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지긋지긋하게 빈번한 내용의 민원이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문을 열어놓은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을 한다.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고양이는 그곳에 있었을텐데. 고양이들은 발정이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오기 때문에  민원의 근본적인 원인제거를 위해 목포시와 목포수의사협회와 목고연은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중성화를 함으로써 발정울음소리도 점점 잦아들고, 영역싸움도 심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밥까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급식소가 있다면 고양이 입장에서 뭐가 불만일까? 기본적인 것들만 충족이 된다면 고양이들은 많은 잠을 자느라 사람들의 눈에도 자주 띄지 않는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면 그것은 밥을 찾아 나선 것이거나, 밥을 먹고 자기 구역으로 돌아가는 중일 것이다. 고양이는 철저히 영역동물이므로 밥이 있다한들 그곳이 자기가 사는 곳이 아니라면 밥만 먹고 먼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밥자리 때문에 고양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던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준 것이다.

민원이 생긴 노동부에 밥을 주는 캣맘은 그 근처의 직장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밥을 주게 되고, 어느 날 식당에서 노동부 직원들을 만나 정식적으로 밥자리 허락을 받았다. 밥과 물을 매일 갈아주고 주변 청소까지 매일 하면서 사비를 털어 중성화를 시키고, 아픈 고양이 구조와 치료를 병행하면서 최선을 다해 밥자리를 지켜왔다. 급식소가 강제철거되어버린 지금도 저녁마다 가서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 밥을 못주게 되면 그곳에 있던 고양이들은 주변의 쓰레기를 더 뒤질 것이며, 그 쓰레기라도 먹기 위해 서로 다툼이 잦아질 것이다. 캣맘이 그곳에 고양이들을 외면해버리면 밥을 매일 먹던 아이들은 정말 골칫거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캣맘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또 누군가의 아내이고, 또는 누군가의 둘도 없는 귀한 딸이다. 번듯한 직장에 자기 앞길을 확실히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것 없는 이들이 길고양이를 챙긴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고 쌍욕을 들어야하며 눈치를 봐야하는 것일까? 잘못되어도 한참을 잘못된 인식의 변화는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함께 살고 싶을 뿐이다. 공존과 공감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여전히 우리는 이 밥자리를 놓고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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