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청년문화 우리가 이끈다 - 6 청년DJ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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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청년문화 우리가 이끈다 - 6 청년DJ 한 권
  • 이효빈
  • 승인 2018.09.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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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얼마 전 스웨덴 출신으로 세계적인 DJ였던 아비치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1989년생인 그는 젊은 나이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다가 요절했다. DJ란 Disck Jockey의 약자로 음반을 뜻하는 Disck와 몰이꾼을 뜻하는 Jockey를 합쳐 사람들이 모여 있는 특정 장소에서 전자장비로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일을 하는 직업을 뜻한다. 목포에서도 ‘아비치’처럼 세계 최고 DJ를 꿈꾸며 디제잉을 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 바로 이번 청년시리즈의 주인공인 DJ MARCO(본명 한권 24 이하 마르코)씨다.  본보에서는 DJ MARCO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꿈을 향해서

DJ라는 분류가 워낙 넓은 만큼 다양한 종류의 DJ가 있는데, 마르코씨는 힙합 DJ로 분류된다. 라이브로 비트매칭을 해 파티의 음악과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목포의 유일한 클럽인 ‘바이브(VIBE)’의 메인 DJ이기도 하다. 흔치 않는 직업이자 혹자들에게는 낯 설기도 한 DJ. 마르코 씨는 어떻게 DJ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을까?

“원래 실용음악을 했었어요. 마리아회고 밴드부인 ‘루트엠(ROOT M)’에서 전자기타를 다뤘죠”

음악이 너무 좋아 음악의 길을 택했고, 대학교도 음대를 진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러 난관들로 인해 대학교에 진학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하진 않았다. 광주광역시로 갔다. 음악의 꿈을 펼치기엔 목포 땅이 좁아보였다. 막연하게 간 광주에서 친구들과 클럽에 놀러갔다. 춤보다는 무대 한 켠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DJ의 디제잉하는 모습에 시선이 고정됐다.

“너무 멋있었죠. 가슴이 뛰더라구요. 한참동안 서서 DJ 제스처(몸짓)와 손만 쳐다 봤어요”

집에 돌아와 닥치는데로 EDM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른 DJ들이 디제잉하는 영상들을 매일 봤다. 같은 음악계열이다 보니 그 순간들이 너무 재밌었단다. 몸은 피로했지만 정신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젊었기에 전자기타를 내려놓고 DJ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던 길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을 마르코 씨는 적극 지지한다. 고등학교 때 치킨 집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치킨집 사장님은 부업으로 ‘메스(MESS)’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계셨단다. 디제잉을 배워보고 싶은 욕구에 음악을 했었던 걸 알았던 사장님의 권유가 맞아떨어져 도전을 시작하자마자 좋은 기회의 연속이었다. 사장님이 운영하던 클럽의 연습장소만 제공받고 독학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클럽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평일엔 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동영상 플랫폼)에서 다른 DJ들이 플레이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따라하고 혼자 분석했다.

당시 나이는 21살. "매일 클럽에 나가 영화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디젱잉 장비들을 쳐다보곤 했죠. 언젠간 박스위에 올라 사람들을 환호시켜야지!"

21살 젊은이는 매일 다짐했다. 막연함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을 짓눌렀지만 묵묵히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영상을 유의 깊게 보고, 듣고 이 버튼은 이런 소리, 이런 작용을 하는구나. 혼자 분석해 아무도 없는 텅 빈 DJ박스위에서 디제잉 기계를 다뤘다.

부모님은 계속 실용음악을 하는 줄 알고 계셨단다. 뭔가를 이룬 상태에서 당당히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정식 데뷔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DJ가 되다(feat. DJ로 산다는 건)

9개월 동안 노력했던 땀방울들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2015년도에 본인이 연습했던 장소인 믹스클럽라운지에서 정식 데뷔를 한 것.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가지니 하루하루가 천국이었다.

“DJ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놀면서 일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어요. 목포 같은 경우도 DJ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전 DJ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살고 있어요.”

클럽에 울려 퍼지는 무수하게 많은 곡들은 전부 DJ가 선곡한다. 음악이 겹치면 안 되기 때문에 음악을 찾아내고 구입하는데 만 6시간에서 8시간이 소요된단다.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플로우(flow : 박자)를 서서히 올려야 하는데 그런 리스트를 짜는 데에도 한 시간. 곡의 포인트를 일일이 짚어내 곡들을 믹싱(여러 음악들을 한데 섞는 것)하는데 두 시간. 작업물이 나오면 다듬는 데에 2시간. 최소 11시간 가량은 한 번의 디제잉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준비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일 힘든 건 제 음악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이에요.”

손님들의 반응에 따라 마르코씨는 일희일비가 갈린다. 반응이 좋으면 그 날은 뿌듯함과 행복함에 사로잡히지만, 손님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면 회의감이 든다.

DJ를 하면 클럽음악보다 더 큰 소리를 헤드셋으로 듣고 디제잉을 한다. 평소에 디제잉 할 때와 똑같은 소리로 헤드셋을 들으면 귀가 멀 수도 있다. 또다른 고충이다. 그만큼 몸은 힘들지만 이 청년DJ는 꿈과 열정, 그리고 젊음으로 버티는 중이다.

△세계최고 DJ를 향해

"당신들이 서울에서 가장 시끄럽다며? 맞으면 소리 질러!"
마르코 씨는 지난달 15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 DJ 초청을 받아 디제잉을 했다. 정식 아티스트로 초대 받은 것. 마르코씨의 꿈은 대형클럽과 해외에서 DJ를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DJ가 되고자 하는 건 당연하다.

"과거 DJ는 돈 못 버는 웨이터나 바텐더 같은 취급을 받았어요. 그런데 봐요. DJ는 호텔과 관객들로 가득 찬 스타디움에서 놀아요.

저는 여전히 젊은 영혼이고, 디제잉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이효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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