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 그리고 신은 고양이를 창조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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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그리고 신은 고양이를 창조하셨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10.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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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2030년이 되기 전에 북극의 빙하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야말로 올해의 여름은 끔찍했다. 폭염이 30일 넘게 지속된 것은 역대 최악이었다. 여름을 잘 버틴 고양이들은 이제 겨울로 향해가는 길목의 가운데 서있다. 이 축복받은 계절은 길고양이들의 임신과 출산의 시기. tnr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단풍의 계절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이 시작된다. 이 시기의 길고양이들을 챙기는 분들을 보면 흡사 전사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겨울의 캣맘들은 보온병까지 챙기고 다니면서 꽁꽁 언 물을 녹이고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쉬어가라고 핫팩까지 바리바리 챙겨 다닌다.

겨울은 더 치열하고 더 고통스러울 것이기에 길바닥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챙기는 분들은 벌써부터 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유기묘입양카페의 첫 입소고양이 꽁티는 유난히 구슬픈 목소리를 지녔다.

꽁티는 꼬리가 접히고 온전히 흰고양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양이 되지 않았다. 2만원에 떨이로 사온 아이를 2천만원짜리 와인처럼 최고로 키우겠다고 이름을 꽁티로 지었다고 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꽁티는 유기묘입양카페에 들어왔다.

사업이 잘못되어 본가로 들어가면서 아이는 갈 곳이 없어졌고, 친정에 보내져 지하실에서 생활했다.

백방으로 아이의 입양처를 알아보았으나, 7살의 외동으로 키워졌던 꽁티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지하실에서 생활하던 꽁티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 사람에게 하학질을 하고 공격까지 하다 보니 급기야 안락사 이야기까지 나왔다.

버려지는 장소가 될까봐 꽁티같은 아이를 받지 않았는데 아이의 눈을 본 순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꽁티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가족에게 애교를 부리며 다정했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상처가득 받은 사나운 고양이가 되 버렸다.

인간이 복합적인 어려움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것이 반려동물 중에도 고양이인 것 같다. 외로울 때 벗이 되어주고,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던 고양이는 버거운 짐이 되고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살겠지? 그런 마음으로 쉽게 버림을 당하는 것일까?

입양을 문의하시는 분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외롭다는 이유로 입양을 계획하는 분들을 만나면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

외로우면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가지시라고. 고양이는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건강한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년. 온전히 한 생명으로, 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입양에 나서길 바란다.

우연찮게 찾아온 고양이 한 마리가 인생의 전부를 바꿔놓을 수도 있고,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에 위안과 위로를 주기도 한다.

삶의 쓸쓸함, 그 쓸쓸함을 인간끼리 서로 다 채울 수 없음을 보게 된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선물이 고양이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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