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박승 - 추석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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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박승 - 추석 열차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10.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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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KTX 열차를 타고 내려온 아들 녀석이 오래 걸려서 힘들었다고 투덜거린다. 2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이 시간도 지루하고 오래 걸린다고 투덜댄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필름을 1950년도말로 돌려 본다. 고등학교 2학년시절이다. 그때는 서울 가는 열차가 급행열차와 완행열차로 구분 되었다. 급행열차는 요금이 비싸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이용했고 서민들이나 학생들은 완행열차를 이용했다. 급행열차는 목포에서 서울까지 6시간30분 소요되었고 완행열차는 8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30분정도씩 연착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완행열차를 타면 점심을 열차 안에서 해결해야한다. 하루 종일 열차 안에 있어야한다. 좌석제가 아닌 시절 이었다. 열차표 예매나 예약제도가 없었다. 아침 일찍 역에 나가서 줄을 서서 열차표를 구입하고 개찰구 앞에 차례로 줄을 서서 개찰을 기다린다. 개찰시간이 되어서 개찰을 마치면 서로 앞을 다투어 달린다. 100미터 육상선수보다 더 빨리 달려서 열차안의 좌석을 차지해야 한다. 좌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8시간동안 열차 안에서 서서 가거나 열차바닥에 종이나 수건을 깔고 앉아서 가야했다.

추석이나 설 명절때에는 더욱 심했다. 서울역 광장에는 경부선과 호남선 열차를 타기 위한 귀성객이 20만 명 가량 모였다. 경찰이 동원되어 귀성 인파를 긴 장대를 가지고 정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 당시 서울역 호님선 개찰구에서 열차로 가는 입구는 약간 비탈졌다. 1960년 1월26일 설 전날 수만 명의 귀성객들이 개찰구에서 개찰을 마치고 열차로 달리던 중에 10여명이 넘어졌다. 넘어진 사람들 위로 또 넘어져서 31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그 이후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귀성객들이 고속버스 편으로 분산되었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귀성객 수요는 여전했다. 교통부가 철도열차의 고급화를 위하여 태극호를 개통하고 이어서 새마을호를 개통 시켜서 서울에서 목포는 4시간30분정도 소요되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무궁호 열차는 여전히 6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그 후 1990년도부터 열차표예매 제도가 생기고 추석과 설 명절 열차표는 1개월 전 예매를 했다.

이때도 서민들은 열차표 예매를 하기 위하여 역 열차표 예매 창구 앞에 전날 오후부터 담요나 이불을 깔고 잠을 자면서 다음날 예매시간을 기다리는 풍경이 있었다.

그 뒤로 KTX 열차가 개통되면서 인터넷 예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예매를 하기 어려운 서민이나 노약자들은 이번 추석에도 열차표 예매 일에 새벽부터 열차표 예매 창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있었다.

서울에서 목포간 열차의 운행 소요시간도 2시간30분으로 단축 되었다. 2시간30분도 긴 시간이고 지루하다는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마다 필자는 할 말을 잃고 속앓이를 한다.

세상은 발전하고 급속히 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개인용 비행기가 필자가 사는 목포에서도 비행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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