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길고양이로 산다는 것! - 김인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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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길고양이로 산다는 것! - 김인숙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10.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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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차박. 낙엽 밟는 소리가 유난히 쓸쓸하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작은 고양이를 안고 자주 오르는 산에 자리를 잡는다. 이 작은 고양이는 얼굴이 납작해졌다. 고작 3개월 정도의 작은 몸뚱이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발견하기 얼마 전에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서서히 싸늘해지는 몸을 꼭 안고 잘가라는 인사를 건넨다.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 몇 개를 함께 넣어주었다. 이 작은 아이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나뿐이라고 하면 이 생이 너무 짧고 가엽지 않은가?

이 작은 고양이도 나에게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였다. 어미로부터 막 독립하여 밥자리를 찾아오던 기특한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면 tnr을 해줘야지 마음먹고 있던 아이.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번쩍 들고 오고 싶었던 아이. 동그랗고 반짝이는 눈망울이 유난히 애처롭던 작은 아이는 마지막 밥을 먹으러 오는 길이었다. 길고양이의 밥을 하루라도 쉬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이유에서이다. 어쩌면 오늘 먹은 이 몇 알의 사료가 아이가 이 세상에서 먹고 가는 마지막 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다.

길고양이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중 하나가 로드킬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로드킬을 당해 도로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고양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1차 사고를 낸 당사자가 고양이의 생사 확인을 하고 그에 합당한 처리를 해준다면 2차 사고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날 고양이도 많이 있을 것이다. 로드킬 당한 아이를 보게 된다면 관할 지자체에 전화 한통만 해줘도 된다.  목포시는 목포시청 061-270-8242번으로 전화를 하면 된다.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시야가 넓지 않다고 한다. 달려오는 차의 속도를 미리 계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터이다. 목숨 걸고 도로를 건너는 것은 무척이나 배가 고픈 아이들이거나 밥을 먹고 자기 영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영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넓다. 밥을 준다고 해서 그 곳에 자리를 잡지 않는다. 그곳에 그 아이가 있다면 그곳에 원래 살았던 아이인 것이다.

길고양이들을 낮에 봤다는 것은 분명 배고픈 아이일 것이다. 보통 야행성이 강한 고양이들이 대낮의 도심에서 보인다는 것은 밥을 찾아 나선 아이거나 어딘가에서 운 좋게 음식물 쓰레기라도 섭취하고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당연히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이로운 점 중에 하나가 쓰레기를 파헤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맛있는 밥이 있는데 더러운 쓰레기를 뒤질 이유가 없다. 유난히 깨끗한 동물인 고양이도 더러운 쓰레기를 뒤지긴 싫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밥을 주고 있는 캣맘은 주변의 환경까지도 지키고 있는 환경도우미들일수도 있다. 밥을 주고 있는 캣맘을 본다면 고생한다, 좋은일을 한다 등의 격려 한마디는 어렵다 치더라도 미쳤다고 핀잔은 주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여전히 이 땅의 길고양이로 산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세계보다 치열하고 냉정하고 잔혹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다. 우리는 이 땅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고, 환경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져야한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우리가 그들과 공존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누군든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길고양이를 본다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위로를 건네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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