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따뜻한 자비를 - 이철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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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따뜻한 자비를 - 이철호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12.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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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사상가 헨리 조지가 1879년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처음 펴냈을 때 세상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구 자본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하던 당시, ‘사회가 고도로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주기적으로 경제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제로 인해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지대를 징수하여 최우선적인 세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헨리 조지의 논지는 살펴보건데 노동과 자본만을 중시한 주류 경제학파에 밀려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오랫동안 면치 못하였다. 새삼스럽지만 우리의 미래와 통일한국의 기본 이념이 토지와 관련한 몇 가지를 제외한다면 크게 다를 것이 없겠다는 필자의 순진한 생각에서 서두에 붙여 보았다.

인간이 정진하는 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겠지만 ‘정신이다’도 하나의 답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헨리 조지가 당시를 통찰하여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역사에 묻어두었지만 평등 속의 어울림이 진보의 법칙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 싶다. 그 어울림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다를 수 있다. 그것들 중 전쟁은 어울림에 극도로 부정적일 것이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어울림과 평등이 사회진보의 조건이라고 믿은 조지의 생각에 일정 부분 동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측면에서 어울림과 평등은 다름과 같음이 교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적 사회를 꿈꾸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상적이라고 믿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 서로 대치했던 세월이 참 오래 되었다. 서로 총칼을 겨누었던 못난 과거를 감안하더라도 어울림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시간이었다. 그 사이 우리는 한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동질성에 대해 얼마나 깊히 성찰해 보았는지 자문해본다. 바야흐로 예.결산의 시기이다. 우리 국회는 금년의 경우 12일 2일 까지 내년 예산에 대한 심의를 종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이 독자들께 전달되는 시점에도, 아마 2019년 예산심의는 종료되지 않았을 것이고 각자의 진영논리에 따른 논쟁만 가열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그 우려의 대상 중 하나가 남북경협과 관련한 예산이다. 해당 예산은 서로의 진영에서 부르는 이름부터 다르다. 여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평화예산’이므로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일부 사업내용을 공개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퍼준다 해서 퍼주기예산 또는 깜깜이예산이라며 삭감을 벼르고 있다. 내년 남북경협예산은 1조 남짓 규모이고 과거정부에 비해 큰 액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남북경협은 서로 잘살아보자는,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호혜적 이타주의 정책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어느덧 고착화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저성장은 이제 하나의 추세를 보일 조짐마저 있는 듯 하다. 사실 UN에 의한 경제봉쇄조치가 없다면 북한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는 우리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민족의 통일 측면에서도 선제적 투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경협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관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보는데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몹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번 남북경협예산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참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층들이 타인들과 차별화를 위해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즐긴다고 말한다. 이러한 재화를 소위 베블런재라고 하는데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 야당에게 남북경협예산을 베블런재라고 우기는 거다. 왜냐고? 그들은 원래 유한계층이니까!! 부디 열린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 경협예산이 통일의 마중물이 되고 남과 북이 긴밀한 어울림을 누리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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