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자치시대 - 22 "빈집 공짜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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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자치시대 - 22 "빈집 공짜로 드려요"
  • 김영준
  • 승인 2018.12.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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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빈집 은행’ 인기

[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원도심을 중심으로 늘어가는 빈집들이 지역사회의 또다른 골칫거리다.
이 골칫거리가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선순환하는 사례를 들여다본다.

4년 전 세 자녀를 둔 나오코·타카유키 이다 부부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일본 도쿄(東京)도 오쿠타마(?多摩)에 집을 장만했다.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낡은 주택이지만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정원 딸린 이층집이다.

대도시에선 여전히 버블 성향까지 보이고 있다는 전체 부동산 시장 분석과는 궤를 달리 하는 이례적인 예다. 

지난 5일(현지시간) CNN은 일본 교외 지역에서 이처럼 '공짜 집'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가 줄어 지어진 집의 수와 '매칭'되지 않는 지역의 경우다.

이 꿈같은 이야기가 최근 일본에서 현실이 됐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빈집이 점점 늘어나면서 헐값이나 무료로 주택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최근 일본에서 빈집 판매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아키야 은행(빈집 은행)'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어로 빈집을 뜻하는 '아키야(あきや)'는 최근 일본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거품경제 시기인 1980~1990년대 과도한 주택 공급이 이뤄졌지만 인구감소로 수요가 줄자 많은 지역에서 집은 더 이상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세금을 짊어져야 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일본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빈집은 2013년 기준으로 819만6000채에 이른다.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3.52%에 달한다. 노무라연구소는 2033년까지 일본 빈집의 수는 2,170만 채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지방정부와 지역 커뮤니티는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빈집 은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빈집 은행 웹사이트에는 일본 전역에 있는 빈집 정보가 올라와 있으며 대부분 무료이거나 아주 싼 가격이다.

사이트에 등재된 빈집 가격은 지역과 집 크기 및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만엔(약 500만원)에서 2000만엔(약 2억원) 정도. 무료인 경우 세금과 부동산 거래 수수료만 내면 된다.

‘레이치바’라는 빈집은행 사이트 창업자 테쓰야 후지키는 “30, 40대 젊은 사람들이 약간 비싼 장난감이나 가전제품을 사는 것처럼 우리 사이트를 통해 부동산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지자체들도 빈집 은행을 통해 입주한 사람이 18세 이하 자녀를 두고 있거나 60세 이상 고령자라면 월세를 최대 4만 엔(약 4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도치기현과 나가노현 등 지방정부에서는 빈집을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에서 3분의 2에 달하는 보조금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빈집은행’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빈집을 활용해 쓰임을 찾는 단체 ‘빈집은행’에서 2016년부터 최근까지 빈집 18곳을 송화 버섯재배 ‘도시농장’으로 꾸미고, 청년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반지하 주택을 장기간 빌리고, 인천시로부터 1곳당 보조금 2,000만원을 받아 재배 시설을 마련했다. 1곳당 45㎡ 남짓한 규모다. 또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빈집 4채를 개조해 청년 4명에게 무상임대했다.

최환(35) 빈집은행 대표는 “무상으로 집을 제공받는 청년은 주거비나 임대료 대신 빈집을 리모델링 할 때 함께 일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이들 청년이 이곳에서 잠깐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으로 정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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