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칼럼니스트 - 고양이에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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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 고양이에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12.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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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니임~” 우렁찬 목소리가 벌써부터 그녀임을 직감하고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고양이를 들고 와서 나한테 밀어 넣으려나.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고양이로 시작해 고양이로 끝이 난다. 다행히 이날은 손에 고양이 대신 김장김치가 몇 포기가 들려있었다. 손에 들린 김치를 보니 괜히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고양이가 아니라서 좋네요. 김치를 받아들면서 우리는 또 다시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캣맘 생활 4년차로 접어들면서 구조의 달인이 되시겠다.

학창시절 배구를 하셨다는 그녀는 목소리도 걸걸하고 행동도 크지만 안타까운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약한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지나친 고양이들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마를 날 이 없는 사람이다. 저자도 제법 구조를 해보았고, 그로인해 안타까운 사연도 많지만 이분의 구조는 끝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긴, 누가 누구 걱정을 한다고.

길에서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돌을 던지기도 하고, 무섭다고 멀리 피해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고양이가 도시에서 이렇게 많이 보였을까? 고양이가 도시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 전부의 잘못일 수 있고, 인류의 죄일 수 있겠다. 산에서 살던 고양이는 도시에서 터를 잡기 시작한 이유가 인간들이 산을 깎아 건물을 세우고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그곳에서 살던 고양이들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동물들의 터전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책임도 인간이 지는 것이 맞다. 지구는 인간의 것일 수만은 없는 것이니까. 인간이 지구를 빌려 쓰는 것뿐이니까.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거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순간에도 캣맘들은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챙기고, 물을 챙겨 거리를 나설 것이다.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캣맘들을 거리에서 본다면 좋은 일 하신다고 말 한마디라도 응원을 해주셨으면 힘이 날 것이다.

저자 주변에는 대부분 이런 캣맘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 했던 일이 고양이에 관련된 일이었고, 지금도 유기묘입양카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양이와 떨어져 생활하기는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전생에 고양이한테 큰 죄를 지었나 보다면서 최선을 다해 고양이에게 진 빚을 갚자고 한다. 누구하나 그 이야기에 반박하지 않는다. 농담도 고양이게 관한 농담을 한다. 주변에서는 고양이에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야기 또한 반박할 생각은 없다. 고양이에 미치지 않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고양이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고 완벽한 존재를 본 적이 없으니까. 

현대인들은 무언가에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취미생활이건 사랑이건 또는 고양이건 간에. 나 같은 사람은 지금 고양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돈이 남아돌아 저런다는 둥, 시간이 남아돌아 저런다는 둥의 헛소리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돈이 남아돌아서도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아니니까. 이것은 나의 일이고, 나의 미래고, 나의 전부일 수 있기에.

오늘 저녁은 그녀에게 받은 김장김치로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고양이 때문에 만난 소중한 인연으로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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