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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진정한 챔피언은? - 이철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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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8  17: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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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개념이 극도로 탁월한 수학을 전공한 아내와, 소심하고 감성이 두드러진 사회과학을 전공한 필자가 자동차로 낯선 곳을 여행할 때면 굴욕감과 신비감이 교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신, 지금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모르는 거 아냐?” 상황을 짐작한 아내의 이 말투는 나의 자존심을 상당히 배려한 것임에도 기분이 상한다. 도대체 이 여자는 이걸 어떻게 알고 이런 말을 할까 생각하면 경외감 마저 들기도 했다. 좌표! 참으로 대단하다. 내비게이션의 출현은 나 같은 길치에겐 구세주에 버금갈 정도였고 아내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었다. 아내는 대체재의 출현에 안심했는지 내 곁을 홀연히 멀리 떠나고 말았다.

   내비게이션의 출현 전과 후는 분명 큰 획이 그어진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는 70년대부터 이어져온 암흑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분단과 집단적 광기가 기승을 부리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시대와 사상의 좌표라 불릴 만 했던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아내의 그 역할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상대와 우리를 구분하는 경계일 뿐만 아니라 ‘빨갱이’의 분류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환시대의 논리는 기상천외했고 논리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시대를 초월하는 전환은 그 출현을 예고하지도 않고 누구든 알아차리게 오지도 않는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MBC의 ‘금요권투’란 것이 있었다. 그 시절 홍수환은 그야말로 전설의 복서였다. 김일로 대표되는 레슬링은 또 어떠했는가? 당시에도 넘쳐났던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박치기 한방으로 카타르시스를 해소해 주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대가 어느덧 사라졌다. 군부정권의 소위 ‘3S’정책으로 국민에게 볼거리를 선사한 후부터 전설의 복서와 레슬러들은 진한 향수를 남긴 채 우리의 관심 영역에서 소리 없이 멀어져갔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는 그야말로 G2전쟁의 소용 돌이에 휩쓸린 듯한 느낌이 든다. 세계 10대 무역강국으로서 세계경제에서 적잖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해온 대한민국이 결국 새우에 불과함을 보여준 것이 최근의 일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무역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는 순간 그것은 G2간의  전쟁이 되었고 세계화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당연히 경제패권을 둘러싼 양강의 다툼이 꽈리를 틀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은 지금까지 우리의 상상과 예상을 뛰어넘는다. 전문기관들의 예상보다는 우리가 마시는 대기의 질이 오히려 중국 경제성장의 척도이다. G2간의 승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정치, 문화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타이틀전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2차대전 이후 Pax Americana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세계 챔피언벨트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시선을 잠시 국내로 돌려보자. 선거제도에 연동형비례대표제 추진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거칠다. 이 싸움의 관전포인트는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반영하느냐 이다. 국민적 요구를 이행하는 것이니 사실은 승자가 없는 윈윈게임이다, 어차피 이 제도가 문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면 야당이 흥정거리로 나오기 전에 쿨하게 받아주어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거다.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여 개혁을 실기하기보다 또 다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때 굳이 승자를 논하자면 오히려 여당이 될 수도 있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서 문대통령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은 물론 핵심지지층마저 떠나게 되고 20년 정권은 커녕 차기정권 창출마저도 담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도보다리에서의 침묵의 속삭임이 평화의 보증수표가 아닐진데 결국, 현정권의 커다란 공적으로 남기를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는 공염불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을 시대의 좌표에 비추어 진보의 시대(어줍잖은)라고 부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이 정지되고 현상유지에 급급하여 더 이상의 진보를 허용하지 않는, 헨리 조지의 ‘진보의 화석화’를 경계함이 우선하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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