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근대문화유산’ 시민들이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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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근대문화유산’ 시민들이 지켰다
  • 김영준
  • 승인 2019.02.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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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등, 재개발 대신 문화재 지정에 앞장

[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일긴 했지만 목포의 옛 개항장 일대는 ‘지붕 없는 근대역사박물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는 지난 20년간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목포시민의 노력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목포시에 따르면 목포에는 국가지정문화재 5개, 전남도 지정문화재 13개, 등록문화재 13개, 시 지정문화재 27개가 있다. 목포 만호동과 유달동 옛 개항장 일대는 1897년 개항 이후 일본인이 거주해 일제강점기 건축물이 많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옛 목포 일본영사관 건물이 대표적이다. 영사관 건물(사적 289호)은 목포항 개항 3년째인 1900년 붉은 벽돌로 지어진 르네상스 건축양식 건물이다. 특히 천장 장식과 벽난로, 거울 등은 당시 모습대로 남아 있다. 영사관 인근 우체국 옆에는 국도 1, 2호선의 출발점이었다는 기념비가 서 있다.

도 지정문화재인 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은 수탈의 흔적을 담고 있다. 1908년 동양척식회사를 설립한 일제는 1921년 목포지점을 개설했다. 1945년 광복 이후 목포지점 건물은 해군부대 건물로 쓰였다. 목포지점 건물 주변에는 조선시대 수군 주둔지였던 목포진지 역사공원과 1930년대 일본인이 만든 이훈동 정원 등 도 지정문화재 2개가 있다.

옛 호남은행 목포지점, 공립심상소학교, 목포 옛 청년회관, 목포 정명여고 옛 선교사 사택 등 등록문화재 13개는 모두 근대역사문화재다. 최근 손 의원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적산(敵産)가옥 15채가 하나로 묶여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 718호로 등록됐다. 옛 개항장 일대에는 적산가옥 300여 채가 남아 있다. 그중 근대역사문화공간에는 100여 채가 있다.

목포에서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운동은 1999년 시작됐다. 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을 부수고 아파트 등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자 목포문화원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했다. 목포문화원 등은 “일제 잔재를 통해 역사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학술대회와 역사의 길 걷기대회를 열었다. 그 결과 목포지점 건물은 같은 해 11월 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근대문화유산 지킴이 운동’은 항일운동의 산실인 죽동교회(1935년 건축)와 정명여고 유애나관(1920년대 초) 등이 잇따라 훼손된 2004년 본격화했다.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절 동본원사(東本願寺) 목포별원을 주차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추진되자 목포문화연대 등이 다시 나서 보존시켰다.

최성환 목포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문화유산은 아픈 우리 역사를 되새기는 자료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근대문화유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행정기관이 정확한 가치를 판단하지 못할 때 시민들이 문화재 지킴이로 나서 보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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