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수다 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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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수다 떨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2.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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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칼럼니스트

무릎을 다쳐 한 달이 넘게 깁스를 한 바람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그 중 곽재구의 ‘예술 기행’과, 중국인 꾸예가 인터넷에 실었다가 책으로 낸 두 권의 ‘명화와 수다 떨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

‘명화와 수다 떨기’는 우선 그림이나 사진이 있어서 즐기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예술 기행’은 그림이나 사진이 없어서 작자의 설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2003년에 첫 출판을 했는데 그나마 글자 크기가 작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어쨌든 곽재구의 ‘예술 기행’에서 공재 윤두서를 만나 신바람이 났다. 윤두서는 정약용의 외증조부이다. 저자는 해남의 녹우당에 들러 윤두서의 작품을 설명하는데 나로서는 안타까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화상’이 일본과 프랑스의 비평가들로부터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비견할 정도라고 한다. 윤두서와 램브란트의 자화상이 나란히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두서의 작품인 ‘나물 캐는 두 아낙’이나, ‘버드나무 아래의 백마’ ‘기마인물도’가 설명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아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작품들을 확인했다. 성깔 있는 윤두서를 보다가 이 작품들과 설명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미술에 문외한이어서 그저 ‘우와! 우와!’할 따름이었지만.

그런 반면에 꾸에(명지에)의 ‘명화와 수다 떨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는 설명할 명화의 전체를 실었다. 게다가 꼭 설명이 필요한 곳은 그림을 크게 확대하거나 흑백으로 처리하여 보여준다. 작품 해설가가 화가들의 뒷 담화를 하면서 설명하듯이 썼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꾸에의 관점을 따라가면서 즐기게 되었다.

이를테면 클림트가 그린, ‘유디트’를 비롯한 여러 작품은 진짜 황금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꾸에의 적나라한 표현을 보라.

‘돈이 넘쳐나고 예술적 소양을 뽐냄과 동시에 재벌 티도 좀 내고 싶은 사람이라    면 클림트의 그림(반드시 번쩍번쩍 금빛 찬란한 걸로)이야말로 최상의 선택일 것이 다.’

‘빈센트 반 고흐’. 일단 초등생도 안다는 고흐의 작품을 정말로 알기 쉽게, 재미있게 이해시켜서 좋았다. 꾸에는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도 걸쭉하게 설명했다.

거실에 걸어두면 거슬리고, 주방에 걸어두면 식욕이 떨어지며, 화장실에 걸어두면 변비 걸릴 것 같은 ‘불쌍한 그림’을 어느 누가 돈 주고 사려고 할까?
라면서 고흐를 뼛속 깊이, 영혼 깊숙이 괴짜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정신병(간질+ 조울증+ 급성 간헐성 포르피린증 +메니에르 증후군) 환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과거 500년을 넘어 향후 500년 후에도 고흐 같은 화가를 절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전문가의 말이니 맞을 것이다. 그러면서 돈 맥클린(Don McLean)이 짓고 노래한 ‘Vicent’를 소개했다.
당신이 뭘 말하려 했는지 /난 이제 알 것 같아요 / 당신은 온전한 정신이어서 고민했죠 /그리고 많은 사람을 무척이나 자유롭게 하고 싶었으나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 지금은 귀 기울일 거예요 (Now I understand / What you tried to say to me /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 They would not listen / They did not know how / Perhaps they listen now)
노랫말에 여러 차례 나오는 가사다. What you tried to say to me 부분은 새삼스럽게 슬프다. 그러나 여전히 고흐에 대해서 무지할 것 같다.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한 돈 맥클린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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