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라파고스군도와 집단지성 - 이철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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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라파고스군도와 집단지성 - 이철호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2.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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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831년 군함 비글호를 타고 무려 5년이란 기간 동안 태평양과 대서양을 항해하면서 ‘종의 기원’을 잉태하였다. 영국의 플리머스항을 떠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을 거쳐 태평양을 가로질러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대서양의 섬들을 섭렵하고 브라질을 거쳐 영국으로 귀환하였다. 여행기간도 길었지만 확신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1859년에야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종이 따로따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공통의 조상에서 진화해왔음을 논증하였지만 창조론을 드러내놓고 비판하지 않았다.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현대적 창조론에 대하여 본격적인 비판을 하고 있다면 다윈은 다만 인간중심주의 또는 신중심주의에 대한 논리적 허점을 언급한 정도였다. 그의 진화론에 대한 설명 또한 지극히 평범한 언어로, 그리고 진화라는 단어보다는 자연선택, 생식, 유전, 변이 등을 사용하였고 심지어 하버트 스펜서가 사용한 ‘적자생존’을 자신의 이론에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여겨 차용할 정도였다.

다윈은 자연에 대해서는 냉혹한 관찰자였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다. 동시에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이 또한 이타주의와 자기희생이라는 고귀한 도덕적 재능을 진화시켜 온 존재임을 망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벌거벗은 탐욕과 아귀다툼이 판치는 살벌한 야만으로 몰고 갈 위험에 빠진다고 갈파하였다. 그의 출발은 분명 생물학자였지만 위대한 철학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작년 봄 필자는 다윈의 이야기를 개인카스에 끄적인 적이 있었다. 당시 세상을 살벌한 야만으로 몰고 갈 충분한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고 다윈의 진화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당 대표라는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싶었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말로 혹세무민하려는 모습이 마치 다윈이 태평양상의 갈라파고스군도에서 목격한, 진화가 되지 않아 우스꽝스러운 생물들을 보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세월은 흘러 최근 그가 속한 집단은 릴레이 단식이라는 개도 웃을 짓을 하였다. 그냥 보고만 있자니 참 씁쓸하였다. 그런데 1월에는 시급한 민생을 팽개치고 국회 문을 아예 닫아 버렸다. 정신이 나가긴 나간 모양이다. 거기에 진정한 보수주의자임을 포기한 몇 명이 5.18 관련 망언을 쏟아냈다. 이쯤 되면 거시기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중차대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발언 당사자와 그 지도부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언행을 지속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갈라파고스군도의 모습이 아닐까?

진화론은 윤리적 정치적 오남용의 위험을 내포한 이론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익한 개체를 선택, 교배시킴으로써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해왔다. 소위 인위선택이다. 이를 인간세계에 적용하자면 우생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이 그 위험을 모를 리 없다. ‘인간의 이타주의와 도덕관념은 어디서 왔으며 인간은 무엇 때문에 이런 재능을 키워온 것일까’를 고민한 사람이니까. 이 대목에서 ‘특정 야당과 나머지 정치집단은 별개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다윈의 이론에 따르자면 이들은 모두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하였다. 분명 접합점이 있을 것이다. 한 생물학자가 주장한 집단지성(Swarm Intelligence)이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벌들은 개체수가 증가하여 새로운 집(Hive)을 지을 장소를 물색할 때 바로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수가 찬성할 때까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하물며 미물들도 이럴진대 인간이 이토록 모질게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또 이를 빌미로 적대시 한다면 인간의 공존을 감히 논할 수 있을까?   

작가 유시민이 말한 것처럼 누구나 다윈 만큼씩만 인간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이타주의에 공감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살만한 곳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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