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 - '호남=빨갱이 이데올로기' 그리고 5.18 북한군개입설
상태바
김대중칼럼 - '호남=빨갱이 이데올로기' 그리고 5.18 북한군개입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3.05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불혁명과 탄핵에 반대했던 적폐세력들이 이번에는 518망언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518왜곡을 처벌하는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당장은 진실이 폭력과 억압, 왜곡 등으로 인해 감춰진다고 해도, 결국은 진실이 가진 보편적 진리의 힘이 드러나게 된다는 믿음이다. 역사발전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런데 승리는 너무 늦게 온다’는 것이다. 518도 그랬다. 진실의 승리가 너무 늦게 왔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싸우는 중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40년을 넘게 독재시대를 거쳤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새로운 헌법과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이후를 비로소 민주화시대라 한다. 우리역사에서 독재자들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공권력을 악용하여 자신의 권력기반을 미리 만들었다. 이승만은 제주와 호남의 양민을 학살하는 공포를 통하여, 박정희는 5.16군사반란을 통하여, 전두환은 광주시민을 학살하는 공포를 통하여, 국가전체를 공포로 몰아가는 과정을 거쳐 국가권력 전체를 사실상 장악하였다. 그 후에 이루어진 공식적인 절차는 국민이 들러리가 되는 통과의례였다.

도올 김용옥교수는 '여순항쟁 70주년 특강'에서 1948~54년 사이에 제주4.3, 여순항쟁, 6.25전쟁을 거치면서 반공과 호남=빨갱이 이데올로기가 구축되었고 그 후 70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4.3과 여순항쟁에서 빨갱이 토벌이라는 명목으로 수만 명을 학살하였다. 조작된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진실은 묻혀있다. 지금이야 상투어가 되었지만 해방전후에는 없었던 빨갱이라는 말이 생기고 반공이 국시(國是)가 된다. 그 후로 빨갱이는 독재자가 국민을 탄압할 때 악용되는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따라서 빨갱이라는 말은 가장 반민주적인 역사를 가진 말이다. 이러한 역사를 이해한다면 남북화해에 앞장서서 반공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호남의 운명이자 호남선인(先人)들에 대한 우리의 소명임을 알 수 있다.

우리 호남은 그러한 과정에서 ‘믿거나 말거나’ 빨갱이 소굴로 낙인이 찍혔다. 그 후 호남은 ‘알게 모르게’ 불순한 곳으로 취급되어 왔다. 지역감정, 지역차별의 뿌리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빨갱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정치인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으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태극기 부대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선으로 518을 보면 어떻게든 북한과 연관되어 보인다. 그러므로 518 북한군 개입설은 해방이후 반공독재세력이 만들어낸 호남=빨갱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적인 그들의 눈에 호남은 ‘남한의 빨갱이’여야만 하는 것이다. 명백히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그들은 믿는다. 반공독재 이데올로기의 끈질긴 저항인 것이다. 청산하지 못한 적폐인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면 그 뿌리와 힘은 518 광주의 진실에 있었다. 광주의 힘은 보편적 진실에 있었다. 승리는 너무 늦게 왔지만 진실의 힘은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 518정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인권과 평화의 정신이 서구에서 보다 더 생생하게 발휘되었던 것에 대한 놀라움이다. 경제발전을 이룩한 동아시아 어떤 나라도 최근 수십 년 역사에서 이런 평화와 인권의 역사를 가진 곳이 없다. 향후 동아시아가 발전하면 할수록 518은 더욱 빛나는 역사가 될 것이다.

518을 폄훼하는 망동은 물론 보다 뿌리 깊은 호남=빨갱이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 호남이 인권과 평화에서 늘 진취적인 문화를 선도하는 ‘동아시아의 파리’같은 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