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교수의 맛으로 읽는 남도인문학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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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교수의 맛으로 읽는 남도인문학 - 1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3.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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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영산포·흑산도, 홍어요리 원조가 어디야?
▲ 악취로 세계 정상 차지한 흑산 홍어. 트립 어드바이저 재팬은 스웨덴 수르스트뢰밍과 함께 흑산 홍어를 세계 악취 고기 투톱으로 꼽았다.

[목포시민신문=김대호시민기자]목포 대표음식 홍어와 세발낙지. 그런데 정작 홍어축제는 나주 영산포에서 열린다. 영산강의 상류인 내륙에서 바다생선인 홍어축제를 여는 것이 생뚱맞다. 흑산도에서도 흥어축제가 열린다. 홍어 중 으뜸이라는 흑산홍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그도 그럴만하다. 대체 목포·영산포·흑산도 중 홍어요리의 원조는 어디일까?

△세계최고 악취고기, DJ 고문후유증도 밀어 낸 기적의 음식

알싸하게 톡 쏘는 삭힌 홍어의 맛.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지독한 냄새와 함께 톡 쏘는 맛에 입이 '탁' 막히고 밀려오는 '톡' 쏘는 향기에 막힌 콧구멍이 '뻥' 뚫린다. 처음에는 그 맛에 기겁을 하고 손사래를 치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묘한 여운 덕분에 다시 찾게 되는 게 바로 삭힌 홍어다. 트립 어드바이저 재팬은 '5대 악취음식 세계지도'를 발표하면서 스웨덴의 청어 요리인 '수르스트뢰밍'과 한국의 '삭힌 홍어'를 투톱으로 꼽았다.

▲ 어 썰기의 달인 흑산홍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살아있어 칼질하는 손맛부터 다르다.

홍어는 주로 악취와 톡 쏘는 맛으로 알려져 있으나 약으로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30년 군사독재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과 오랜 투옥, 의문(?)의 교통사고 등으로 건강을 잃었던 김대중 대통령을 회복시킨 기적의 음식이다. 목포 선창의 창영상회 흑산홍어가 매주 한양으로 공수되었고, 회와 간으로 끓인 애국을 통해 DJ는 고문의 후유증을 이겨 낼 수 있었다 한다. 다소 과장되었다 하겠지만 다음 글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발효와 부패는 식용과 비식용을 구분 짓는 주요한 요소다. 홍어는 발효과정에서 꾸리꾸리한 악취(?)가 발생하지만 덕분에 세계 유일의 식용암모니아가 탄생하게 된다. 육질과 애(간)에는 고도 불포화지방산이 75%(EPA, DHA는 35%) 이상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연골에는 황산콘드로이친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관절염과 신경통 등 통증치료에 효과적이다. 유리아미노산도 풍부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뇌졸증 등과 같은 혈관질환 예방에 좋다. PH9의 강알칼리성으로 산성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 주고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치료한다. 더욱이 대장 속 온갖 유해균을 박멸해준다. 술꾼에게는 최고의 해장음식이다. 베타인과 타우린이 다양 들어 있어 간 해독에 필요한 숙취음료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홍어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면서 비만을 막아 주고 나이에 피부를 팽팽하게 해줘 노화예방에 탁월하다. 왜 홍어가 DJ를 살렸다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홍어는 세종대왕에게 진상되던 귀한 생선이었다. 과거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잔치 음식이나 일부 마니아층의 기호 음식 정도로 알려졌다. 사실 홍어와 낙지는 전라도에 유학 온 외국 유학생들 가장 경악하는 엽기음식이다. 그런데 한 두 해 지나다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금은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가오상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홍탁삼합 뿐만 아니라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똘똘 말아 한입에 ‘후루룩’ 게눈감추듯 먹는 모습에 한국 사람들도 감탄을 했었다. 글로벌 음식으로 등극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 '만만한 게 홍어 X', 어디서 유래됐을까
홍어는 전국민적 인기를 구가함과 동시에 수난을 맛보기도 한다. 일베들이 전라도사람들과 5.18민중항쟁 희생자들을 폄훼하면서 악용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바 있다. 5.18민중항쟁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민의 녹을 먹는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지금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 수준이 일베나 진배없다 할 것이다. 

'만만하면 홍어 X!(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말이 있다. 도대체 '홍어 X'가 뭘 어쨌다는 걸까.

다산 정약용선생의 형인 한국최초의 어류학자 정약전 선생(丁若銓, 1760~1816)은 유배지 흑산도에서 한국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玆山魚譜)을 집필했다. 선생이 수컷 홍어가 꼬리 양쪽에 가시처럼 노출돼 달려 있는 두 개의 생식기로 암컷과 교미하는 모습을 보고 '음탕한 고기'라 해 해음어(海淫魚)라고 적으면서 그 수난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설도 있다. 수컷보다 암컷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뱃사람들이 수컷이 올라오자마자 성별을 속이기 위해 생식기를 잘라내 버린 데서 '홍어 X'라는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즉 '홍어 X'는 가치가 없는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것.

또한 뱃사람들이 장거리 항해 중 안주를 찾다가 암수구별 외에 딱히 상품 가치에 영향이 없는 홍어의 양쪽 생식기를 잘라 안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홍어 장사치들이 손님들에게 맛을 보여줄 때 비싼 홍어 대신 쓸모없는 생식기를 잘라줘서 '홍어 X'라는 말이 생겼다고도 한다.

△삭힌 홍어는 삼별초항전 때문에 시작되었다
삭힌 홍어는 흑산도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육지에서 흑산도로 역수입됐다.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내놓을 뿐 정작 본인들은 입을 대지 않는다. 영산포 사람들은 심하게 삭힌 홍어를, 흑산도 사람들은 선어를, 목포사람들은 중간쯤 발효된 홍어를 즐겨 먹는다. 이렇듯 극명하게 갈리는 입맛은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그 답은 삭힌 홍어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를 역추적하면 나온다.

▲ 항아리 발효과학. 우리 조상들은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3~10일 동안 홍어를 발효시켰다. 항아리 속 흑산홍어 바코드가 선명하다.

고려시대 삼별초군은 대몽항전을 선포, 진도에 오랑국을 세우고 온왕(溫王)을 추대했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김방경을 역적추토사(逆賊追討使)로 임명하고 진도를 고립시키기 위해 도서지역의 주민들을 전부 육지로 강제 이주시키는 공도령(空島令)을 내린다. 이때 홍어 주산지인 흑산도의 부속도서 영산도 사람들을 나주의 한 포구로 강제 이주시키고 그곳을 영산도 사람들이 사는 포구라 해 영산포라 불렀다.

당시 영산도 사람들은 고향에서 선어로 즐겨 먹던 홍어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을 영산포까지 실어다 팔았다. 그런데 짧으면 3~4일에서 길면 보름을 넘는 뱃길을 오는 동안 상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중 지독하게 냄새만 풍길 뿐 유일하게 상하지 않은 생선이 있었는데 먹어보니 맛도 좋고 탈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삭힌 홍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선어 대용이 삭힌 홍어였다.

이것이 목포가 아닌 나주 영산포에서 '영산포 홍어 축제'가 열리는 역사적 배경이다. 그렇게 보면 홍어의 메카와 메디나는 흑산도와 영산포다. 목포홍어는 영산강 하굿둑 축조로 뱃길이 막히면서 영산포로 가던 홍어가 목포위판장으로 모이면서 생겨났다. 3곳의 입맛이 갈리는 이유는 운송기간에 따른 발효도와 연관되어 있다. 목포는 홍어요리의 중시조쯤 되는 셈이다.

끝으로 가짜 흑산홍어를 식별하는 법. 모든 흑산홍어는 생산이력관리시스템의 적용을 받아 바코드를 부착한다, 바코드 번호를 신안군 누리집 또는 흑산 위판장 누리집에서 검색하면 생산일자·생산자·홍어의 크기는 물론 암수 구분도 알 수 있다.

구입할 때 '진품'인지 알고 싶다면 "바코드를 보여주세요."라고 물은 뒤 그 번호를 누리집에서 대조하면 된다. 바코드가 없다면 칠레나 미국산이거나, 일본산일 확률이 높다. 
김대호시민기자

▲ 김대호 목포대 국제차문화과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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