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 - 고통의 역사가 학생들을 철들게 한다
상태바
김대중칼럼 - 고통의 역사가 학생들을 철들게 한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4.16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가 2003년 전남 시.군의장단 일원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인사들과 북한에 농기구를 기증하는 행사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그 때는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여서 평양 각 곳을 자유롭게 방문하였고 평양시민들과도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평양시민들은 목포사람을 마치 고향사람 대하듯이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목포가 고 김대중 대통령 고향이고 가요 ‘목포의 눈물’로 상징되는 고통이 많았던 도시여서 그런 것 같았다. 그 때 필자 안내를 맡은 인사(김일성대학 철학과출신이라 소개함)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지금까지 그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어떻게 전직 대통령과 이름이 같을 수 있냐고 물으며, 잘사는 남한이 부럽지만 20년 후면 우리를 능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남한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곧 뒤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이 교육열과 피사의 평가가 최고의 수준이라고 주장했더니, 남한의 학생들은 철학이 없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지금 우리 교육을 생각하면 냉철하고 섬짓한 평가였다.

지금 우리 교육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교육, 혁신교육 등을 추진하지만 희망적인 기대는 많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도 솔직히 불안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자유스럽고 즐거운 활동에는 관심을 보이다가도 집중적인 생각이 필요한 단계에서는 산만해지기 일쑤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되어 중학교 교실에서는 더 심화되고 있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고등학교에만 어느정도 교실이 유지되는 실정이다. 지식교육을 지양하고 체험위주의 창의교육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정신적 성장이 늦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불편한 생각이 든다.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고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을 갖도록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교육, 혁신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시대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교육은 100년을 두고 일관되게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입전문가 황농문교수(서울대)는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해 정신적 성장을 못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유대인교육 방식에서 그 해답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1300만 유대인은 그 동안 노벨상 23.3%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학생 23.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수 수도 그 이상이고 미국거주 유대인 530만이 우리 국민 23배의 경제 생산을 하고 있다. 1967년 아랍연합군과 이스라엘의 6일전쟁 때, 해외에서 참전하기 위한 이스라엘 행 비행기 표가 매진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유대인의 정신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이스라엘은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조국의 고통의 역사를 먼저 가르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나치에 의해 유대인 400만 명이 학살된 아우슈비치 수용소 방문교육을 실시하여 눈물 흘리는 학생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전남의 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급격한 학생 수 감소, 교육 환경 악화, 성적 하락 등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현실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선 시 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신적 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성인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형제가 하나 둘인 지금 학생들 세대가 교육이 더 후퇴되고 있다면 누구의 책임 일까? 필자는 상대적으로 고통의 역사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 고장 전남, 광주를 활용해서 학생들이 조국을 위하고, 모두를 위하고, 약자를 위하는 철 든 리더십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 고통의 역사는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여·순 항쟁의 고통의 역사는 보성 태백산맥문학관에서, 5.18민주화운동 고통의 역사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세월호 희생 고통의 역사는 진도 기억의 숲에서 배운다면 단단히 철이 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 늦기 전에 초등학교에서부터 교과 과정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논리철학논고’를 저술한 후 가장 가치 있는 일은 교육이고 초등학교 교육 이후면 늦다고 하며, 거액의 유산과 대학교수의 자리도 포기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20세기 최고의 언어철학자 비튜겐슈타인이 등불처럼 다가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