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상태바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4.23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걸핏하면 화를 내는 아들 때문에 고심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 못을 한 자루 주면서 화가 날 때마다 울타리에 망치질을 하라고 했다. 아들은 첫날 못을 30개 박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못의 수가 줄어들었다. 못 박는 것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화를 참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함부로 화를 내는 버릇이 점점 사라졌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이제 못을 그만 박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제 자기 감정을 잘 추슬렀을 때마다 못을 하나씩 뽑으라고 했다. 울타리의 못을 모두 뽑은 날,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말했다. "장하구나. 그런데 울타리에 선명한 못 자국이 보이니?  네가 화나서 내뱉은 말들이 이 자국처럼 누군가에게 흔적을 남긴단다. 말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화나 스트레스는 누구나 경험을 한다. 그러나 결과는 천지차이다.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다. 또 화를 잘 다스리는 직원들이 많은 기업은 경쟁력이 강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잘 내는 경영자와 직원이 많은 기업은 왠지 모르게 불안정해 보이고 이는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모 항공사 회장과 그  가족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화)는 다른 감정과 달리 중독성과 전염성이 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분노 중독자는 분노를 끊지 못한다. 그렇다면 분노를 어떻게 해야 조절할 수 있을까? 분노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은 불같이 폭발하는 스타일이다. A형은 혈압이 올라가거나 갑자기 쓰러지기 쉽다. B형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울화가 쌓여 신경성 질환에 잘 걸린다. 화병이나 소화불량, 두통이 많다. 화를 느끼지만 적절히 조절하고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C형이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분노를 잘 표현하는 것은 저수지에 물길을 잘 내는 것과 같다. 저수지에 물이 많으면 비가 조금만 와도 넘칠 수 있다. 범람을 막으려면 미리 물길을 열어서 수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대로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감정도 오래 묵혀 두지 말고 그때그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 전문의인 우종민 박사는 ‘마음력’이라는 책에서 분노가 생길 때는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충고한다. 첫 번째 질문은 화를 낼 때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인가'이다.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사소한 상황인지, 내 건강과 맞바꿔서라도 화를 내야 할 상황인지 판단한다. 별거 아니라면 "흥, 웃기네"라고 힘차게 소리내 비웃어 본다. 아니면 분노 대신 진한 동정을 보내보라. 화나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에이 불쌍한 녀석!"하고 혀를 찬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정당한 분노인가'이다. 사실 화가 난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인데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강자에게 화가 난 것을 약자에게 푸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화는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분노라는 감정의 노예가 되면 그 순간에는 그게 꼭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개 어리석은 본능이 부채질한 한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정당한 분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 동안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 번째 질문은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이다. '화를 낸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나에게 어떤 이득과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행동인가' 등 손익계산을 해보는 것이다.

우박사는 이 질문이 화가 난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도록 외우라고 주장하면서,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는 답이 나오면 화를 내도 된다고 말한다. 자 이제 우리의 실행만 남았다. 먼저 세 가지 질문을 반복해서 외워보자! 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이를 적용해보자. 아마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품위 있게 대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