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푸르른 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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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푸르른 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5.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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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칼럼니스트

불현 듯 5월이 다가옴을 느끼는 순간, 내게 5월은 어떤 의미일까를 되물어 본다. 어떤 달이든 그 달만의 색깔이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만의 경험의 차이가 매일매일 다르게 다가올 것인데, 내게 5월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을까. 작년의 5월과 올해의 5월, 그리고 그 다음해의 5월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 복잡하고 때로는 다양하고 때로는 무겁고 혹은 따뜻하거나 차갑게 5월은 다가올지도 모른다.

가만히 5월을 들여 다 본다. 나는 5월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5월에 누구를 만났고 또 누구를 만날지 또 그 무엇이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궁금할 뿐이다. 그러다가 문득, 다가오는 5.18 민중항쟁과 1991년 봄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과연 무엇일까? 국가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일까? 이런 추상적이며 거대한 질문 앞에서 조금은 무기력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질문들을 나열하다가 나는 얼마전 몇 명의 정치인들을 생각하며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아직도 당시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피해자가 아픔과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5.18문제만큼은 우파가 물러나선 안 된다"고 이야기 하고 이종명 의원은 “논리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라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자유한국당 원내 대변인인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라는 그 도를 넘어선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의 밑바탕에 깔린 저의는 무엇일까. 한국의 현대사는 분단전과 분단 이후의 상황들을 바라볼 때 끊임없이 ‘진실과 왜곡’의 싸움이 이어져 왔던 것은 아닐까. 결국 진실은 거대한 국가의 폭력 앞에 우리 민중들은 처참하게 찢겨져 나갔으며 그 상처들은 치유되기도 전에 또다시 분단과 권력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는 기나긴 싸움과 항쟁을 오늘날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나도 괜찮지 않은 지금, 5월의 봄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진행중이다. 다가오는 5.18 민중항쟁을 기억하기 위해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에서 작은 상영회를 준비중이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다시한번 우리의 상처를 보듬고자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박기복’감독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권경원’감독의 ‘1991,봄’을 상영하고자 한다. 국가로부터 이 모든 폭력의 근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일까. 1991년 5월의 봄, 11명의 학생 그리고 노동자들이 죽어가야 했던 그 질곡의 한국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늘,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분단을 빌미로 기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막말을 쏟아 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더 다져가고 있다라는 것, 얼마나 비참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적용되는 것이다. 모두가 더 나은 삶,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시대, 공존의 시대, 가치의 시대는 유효하다라는 믿음이 있지 않는가. 더 이상 우리의 삶들이 거대한 국가권력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한, 더 이상 우리의 삶들이 왜곡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긴 밤을 맞이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앞에 놓여질 수많은 진실 앞에서 마주 할 최소한의 예의이며 당당하기 위함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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