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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많아지는 동네윤소희 (작가 / ‘동네산책’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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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5  13: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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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고즈넉하고 한가로웠다.

2017년 2월, 취재를 위해 해양유물전시관에 왔던 나는 얼추 일을 마무리하고 목포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원도심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미세먼지에 어지간히 인상을 찌푸리고 지내던 그 즈음, 목포의 바람은 청량했다. 마음껏 심호흡을 하며 걸었다. 나지막한 적산가옥들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게 일렁거렸다. 낡고 오래된 간판을 단 상점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드문드문 이어져 있었다. 빛바랜 풍경이 어린시절만 같아 정겨웠다. 곁골목조차 널찍하고 반듯반듯한 한길에는 바쁜 걸음으로 길을 재촉하는 이도 하나 없었다.

이러한 동네 산책이라니. 좋구나. 한적한 책방에 들러 책 한 권 사들고 낡은 벤치에 앉아 건성건성 책장을 들추고 싶었다. 내 여행의 습관이다. 이왕이면 주인의 고집스러운 취향이 오롯이 녹아있는 작은 책방이면 더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그런 일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매캐한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다시 기차를 타고 목포로 내려가고 싶었다.

10개월 후. 뼛속부터 서울내기인 나는, 목포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나는, 목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목포의 일상을 살기 시작했다. 물론, 현실은 늘 그렇듯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원도심에 집을 구하지 못해 용당동에 터를 잡았다. 골방쥐처럼 들락거리고 싶은 작은 책방이 목포에는 단 한 개도 없기에 내가 직접 차리기로 했다. 목포가 내 동네인 척 산책하던 일이 즐거워 시작된 사건(?)이므로 책방 이름은 ‘동네산책’으로 정했다. 워낙 낡고 오래된 집을 구한 탓에 공사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난 1년 사이에 목포의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가운데 내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작은 책방들의 등장이다. 이른바 ‘독립서점’이라고 하는 이 작은 책방들은 주인의 취향대로 자유롭게 큐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꽤나 개성이 강하다. ‘산책’, ‘퐁당퐁당’, ‘고호의 책방’, ‘지구별서점’, 그리고 ‘동네산책’까지. 최근 1년 사이에 다섯 개의 독립서점이 목포에 문을 열었다.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독립서점이 전국에 3백여 개가 되도록 목포에는 단 한 군데도 없어 의아했다. 이제는 한꺼번에 다섯 개나 생긴 것이 의아하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문화적으로 어떤 거창한 변화를 생성해낼 유의미한 움직임일수도 있겠지만,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사치여도 좋을 것이다.  

이 책방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책이 있는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만화책을 잔뜩 들여놓기도 하고, 기존 출판사의 논리와 상관없이 독립출판물을 팔기도 하며, 베스트셀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독서모임을 열고, 글쓰기 강좌를 하며, 심지어 여행자의 가이드가 되어 목포를 소개하기도 한다. 동네책방은 그야말로 동네의 문화사랑방이다.

 최근에는 다섯 개의 책방이 모여 협동조합까지 만들었다. 목포의 문화를 위해 책방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고자 한다. 책방지기들의 이 선하고 따뜻한 연대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힘껏 밀어줄 거라 믿는다. 그가 바로 당신이다. 온라인으로 할인까지 받아가며 편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굳이 작은 책방을 찾는 당신. 당신이 더 많아져서 덩달아 책방도 많아지는 동네. 그 동네가 목포면 좋겠다.     

개브리얼 제빈은 그의 소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지.”

어느 멋진 날, 당신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책방이 없는 목포는 목포라고 할 수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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