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소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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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의 소울음 소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6.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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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전 전남교육청 정책연구소 소장)

 

벌써 30년이 흘렀다. 당시 19살이었던 여고생들이 어느덧 50을 바라보고 있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 창립결성대회가 연세대학교에서 이루어졌고 전교조에 가입하고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483명의 초중등 교사들을 해임 파면하는 우리 역사 이래 아니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초유의 만행을 노태우 정권은 저질렀다. 노태우 정권은 참교육을 외치는 교사를 학교와 아이들로부터 격리한 채 거리로 내 쫓았다.

‘겨레의 교육 성업을 수임 받은 우리 전국의 40만 교직원은 오늘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선포한다. 오늘의 이 쾌거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우리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며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실천을 위한 참교육운동을 더욱 뜨겁게 전개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민족과 역사 앞에 밝히는 것이다.

…’(이하 생략)로 시작한 결성 선언문을 초대 위원장인 윤영규 선생이 낭독함으로서 결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전교조 창립 지도부는 본격적인 활동도 해보기 전에 구속되거나 수배생활을 해야 했다. 참교육을 탄압하는 정권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각 시도 지부 결성대회가 치러지고 지회 결성, 학교분회가 창립되는 참교육 열망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목포에서의 교사 대량 해직

6월10일 전남대에서 약 2000여명의 전남지역 교사가 참여하여 전남지부(초대지부장 고진형)를 창립하였고 6월17일 목포지회(초대 지회장 오영석)가 창립됐다. 당초 가톨릭회관에서 창립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용당동 성당으로 옮겨 치러야만했다. 이후 학교별로 분회창립이 이루어지면서 조합원 명단이 공개되었고 이것을 근거로 정권은 교육청과 학교장을 통해 탈퇴를 하지 않으면 해고시키겠다는 협박을 하였다. 탄압에도 탈퇴를 거부하고 활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인 교사들을 정권은 파면, 해임을 7월부터 가시화했다. 정권의 탄압으로 8월까지 전남에선 178명의 교사가 교육현장을 떠났다. 목포 지역에서는 ‘목포시 사회단체 협의회’(약칭 시단협)를 중심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전교조 탄압저지 목포지역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임기준 목사, 서한태 박사, 정형달 신부, 박광웅 의장, 서창호 교수 등)’가 결성돼 전교조 참여 교사의 보위에 나섰으나 결국 47명의 교사가 해임됐다.

정명여고에선 필자를 포함 14명, 혜인여고 문병태 교사 등 12명, 영흥고 고(故) 윤보현 교사 등 9명, 마리아회고 김귀식 교사 등 4명, 홍일고 박혜련 교사 등 2명, 덕인고 이철배, 목포여상고 오영석 (이상 고등학교 교사 43명), 목포여중 조명준, 청호중 최기종, 홍일중 김재현, 덕인중 오병진 (이상 중학교 교사 4명)이다. 43명이 고등학교 교사였고 45명이 사립교사였다. 극에 달한 입시문제와 사립학교의 비교육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과 전교조결성이 결합되면서 그 수가 많았다고 판단된다.
 
목포지역 고등학생들의 집단적인 저항

평소에 따르던 선생님들이 졸지에 정권의 탄압으로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 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이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별 학생회 중심의 연대조직인 ‘목포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회’(약칭 목고련)와 적극적 참여를 희망하는 개별 학생중심의 ‘자주적인 고등학생연합회’(약칭 자고련)을 결성하고 전교조 탄압저지와 선생님들 지키기에 나섰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자보 붙이기, 교내집회 등 교내 저항과 거리 시위, 집회 등 집단적인 연대활동으로 교외시위에 나섰다. 어제는 이 학교에서, 오늘은 이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쫓겨 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물론 남아있는 교사들의 충격도 엄청났다.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89년과 90년 사이에 교사들의 정신적 치료를 받은 사례가 급증했음이 이를 반증한다. 목포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운동단체인 ‘갯돌’에서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노래극을 만들어 공연을 하였다. 수많은 학생들이 참교육에 동참하기 위해 관람했는데 공연 중에 수명의 여학생이 울다가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공연장은 여고생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으며 지금도 그 울음소리는 먹먹한 가슴에 남아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참교육의 열망을 안고 교육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희망을 담보당한 채 입시에 꿈과 희망이 꺾이는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고민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은 같아 안타깝다. 교육행정에서 4차 혁명시대의 필요한 인간의 자질이나 교육의 변화를 말하면서도 오늘의 아이들에게 30년 전의 아이들과 똑같은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자괴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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