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산단의 조선업, 협동조합으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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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산단의 조선업, 협동조합으로 활로 모색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6.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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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마을협동조합 이사 정현찬

 

아직은 침체기의 조선업

  영암군에 위치한 대불국가산업단지는 울산, 거제·통영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선업 중심의 산업단지 중 하나이다. 따라서 목포와 영암은 지역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고 노동인구 또한 조선업의 호·불황에 따라 이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1997년 세계선박 연간 수주량 1위를 차지하면서부터 200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 세계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2010년대 초·중반에 급격한 불황을 맞이하고 대형조선사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등을 거치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사실 조선업은 글로벌경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원유가격의 변동 추이에 따라 수주량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에 따라 수주량이 급감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에 유가하락에 따른 여파로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한 해양플랜트인 시추선을 발주사가 계약취소를 한 사례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서 조금씩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피부로 느끼기에는 불확실한 수준이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문제와 같은 대형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아직 남아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협상 등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다시 연간 선박 수주량 1위를(2018년 기준) 되찾은 것은 고무적이며 벌크선 분야를 제외한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중국과 일본을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에 희망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한 최근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2020년 까지 수주량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채웠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호황기를 대비해 인력수급에 힘써야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대형 선박 건조에 걸리는 시간이 2~3년 정도이고 선박의 종류, 공정에 따라 투입되는 노동력이 크고 또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을 지닌다. 설계에서부터 외장, 전장, 내장 등 공정분야에 따라 각각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고도의 숙련공이 필요한 산업이 조선업이다.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조선업과 연관산업에 근무하던 노동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삼호중공업과 사내협력사, 대한조선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대불산업단지에만 국한해서 고용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12월에 1만1,189명에 달하던 고용인원이 2017년 12월에 4,742명(한국산업단지공단 현황조사)으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고 2018년에 들어서 약간 증가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 2018년 5월에 목포·영암을 묶어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고 올 해 2019년에 다시 고용위기지역 1년 연장이라는 처방을 내린 상태다. 마찬가지로 2018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목포, 영암, 해남까지 지정되어 2020년 까지 긴급 경영 안전자금 투입, 조선업 퇴직인력 재취업 등의 정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 해 조선업이 경기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이미 조선업에서 떠나 다른 직종으로 옮긴 노동력이 되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경우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대불산단에 2,000~3,000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조선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총무 A씨는 수주가 많이 되어도 막상 공정이 시작할 단계가 되면 인력수급이 큰 문제라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젊은 층이 조선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취업을 안하려고 한다며 꼬집어 말했다. 청년층의 취업에 대한 여러 지원정책이 있지만 사실 조선업종에 취업하는 청년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특히 중소조선업체는 그 사정이 더욱 좋지 않은 편이다. 청년층 뿐 아니라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력이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조선업계 또한 침체기를 벗어날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위해서 인력양성에 힘쓸 필요가 있다.
 
대불산단 체질 개선 필요

  대불산단은 입주업체 중 약 70%가 조선업에 관련된 기업들이고 현대삼호중공업이나 대한조선에서 하청을 받아 블록 등과 같은 선체를 조립하는 공장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어 대형 조선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호황기에는 우후죽순격으로 공장들이 생겨났다가 현재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이 제법 눈에 띤다. 아쉽지만 대형조선사들의 수주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중소조선업체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최근에 대불산단에도 이런 생태계 지형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대형조선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을 위해 중·소형 선박의 제작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의 경제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본다. 이와 더불어 중소조선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눈에 띤다. 2018년 6월에 설립된 대불알루미늄선박협동조합(이사장 오우탁)은 각기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모여 협업을 통해 선박을 제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설계기업, 엔진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 선체를 제작하는 기업, 용접에 특화된 기업 등이 모여서 각 공정을 담당하고 알루미늄선박을 제작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내 소형 선박 시장은 어선과 레저선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현재 FRP 선박이 80~90%를 차지하고 있으나 선박의 노후화에 따른 대규모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정부와 지자체도 행정선, 해경정 등 소형선박에 대한 교체 비용을 예산으로 편성한 상황이다. 국내시장 뿐 아니라 세계 레저선박 시장은 매년 100만 여척의 신규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 그러했듯이 소형 레저선박도 우리나라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사회적경제 조직 형태로서 조선업에 도전하는 중소기업들이 침체기에 있는 국내 조선업의 경기 견인과 지역의 일자리 창출, 대불산단의 생태계 변화 등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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