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김인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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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김인숙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6.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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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김인숙 칼럼니스트

분위기가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 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탄 장애우가 들어섰다. 장애우의 등장으로 그곳에서 우아하게 식사 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이런 곳에서 저런 휠체어를 볼 줄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어떤 사람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 사람은 그곳의 지배인을 불러 왜 저런 사람을 이런 고급 식당에 출입을 허락했는지 따져 물었다.

“아. 저분은 예약을 미리 하셨고,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요한 약속이 뭔데요?”
“저분은 오늘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그 사람은 더 불쾌해졌다. 프로포즈할 상대를 보니 너무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저 사람이 굉장한 재력가인가 보오?”“그건 저희도 알 수는 없지요. 다만 저분이 저희 식당에 지불해야 할 것들을 전부 지불하였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장애를 가졌다는 편견으로 그냥 싫은 사람, 실수라도 하면 그것을 조롱하고 싶은 사람,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것을 세워주며 도와주고 싶은 사람.

하지만 그 사람은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탔을 뿐,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고 근사하게 계획대로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끝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조금 다르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신경을 더 쓴다. 그것이 마치 그에게 보낼 수 있는 당연한 시선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 시선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알지 못하고 너무 당당하다. 

저자가 운영하는 유기묘입양 카페에는 조이와 망치라는 고양이가 있다. 조이는 저자가 입양한 뒷다리가 불편한 고양이이고 망치는 선천적으로 앞다리가 기형으로 태어난 고양이이다. 선천적으로 앞다리가 불편한 망치 같은 경우는 어미에게 버림을 받았다. 많은 새끼들 중 도태되는 아이는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고양이 세상에서 살아남은 망치는 정말 대단한 고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조이는 어려서 개에 물렸다. 개에 물려 척추가 어긋났고, 그것이 잘못 붙어 뒷다리에 힘을 주지 못한다. 처음에는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지만, 지금은 제법 힘이 붙어 서기도 하고 몇 발자국 걷기도 한다. 사람처럼 재활이 필요한 경우이다. 조이도 휠체어를 탄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어머. 애는 못 걸어요?” 하고 물어본다. “아예 못 걷진 않아요.” 그렇게 대답하고 사연을 이야기해주면 나에게 칭찬을 한다. 나는 그런 칭찬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 것이라곤 조이를 입양한 것 밖에 없다.

또 들어올 고양이 중 두 마리는 다리를 다쳐 남은 생을 절면서 살아야한다. 그 고양이들은 사람에 의해 그렇게 되었을 확률이 크다. 사람들에 의해서 다쳤을 다리. 그런 고양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상하게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머, 세상에. 어떻게 해. 이런 식의 감탄사는 필요가 없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대단하고 대견한 고양이들인 것이다. 정말 대견하구나, 멋지구나. 이정도의 칭찬을 해주면 될 것 같다. 다리가 불편한 고양이들은 일반적인 건강한 고양이보다 손이 더 많이 가는 것도 없다. 입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불편해 보인다고 그 고양이가 뛰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보다 더 강인하고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겉모습에 너무 당당하게 오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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