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도미네 그리고 기생충 - 이철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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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도미네 그리고 기생충 - 이철호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7.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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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니스트
이철호 칼럼니스트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잠시 로마를 떠나 있기로 결심하고 도망을 가는 베드로 앞에 예수가 나타났다. 예수가 잡히던 날에도 그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이기에 예수의 출현은 매우 당혹스런 일이었다. 놀란 베드로가 “쿠오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나는 십자가를 짊어지기 위해 네가 도망 나온 로마로 다시 간다.”라고 대답하였다. 예수의 말씀에 부끄러움을 느낀 베드로는 다시 로마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다 순교의 길을 걷게 된다. 

   증권시장에 종사하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주지하다시피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베드로는 “主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물었지만 주식투자자들은 ‘株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풍토는 주가의 상승 전망만을 발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분석가의 리포트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장기업들이 자기 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으니 하락 전망을 발표한다는 것은 분석가 입장에서 참으로 곤혹스런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분위기가 훨씬 자유로운 미국 월가의 분석가들도 동네북이 되어 뭇매를 맞기는 마찬가지이다.

   세계 자본시장의 총아이자 최대 증권거래소가 있는 곳이 뉴욕의 월스트리트이다. 속칭 금융맨(Finance guy)이라면 뉴욕을 보지 않고서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월가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대단하다. 필자가 투자신탁에 근무하던 중 1992년 뉴욕금융연수원(New York Institute of Finance)에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한국의 3개 투자신탁회사는 자본시장의 3마리 용으로 불리던 시절이라 투자신탁회사의 펀드매니저 위상은 실로 대단하였다. 그 시절 영어 실력을 비롯한 여러 검증을 거쳐 사내 펀드매니저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뉴욕에 가게 되었다. 소위 펀드매니저가 국내에 30여 명 뿐이던 시절이니 개인적인 자부심도 개구리 배 만큼이나 부풀어 터질 정도였다. 해외여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촌놈이 남산 언저리 자유센터인가 하는 곳에서 반공교육을 받고 뉴욕에 갔으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고 앞으로 자빠지는 것쯤이야 당연지사였다.

   뉴욕의 월가는 대항해시대에 태어난 걸작(?)이다. 당시 뉴욕금융연수원에서 채권시장 강의를 하던 강사가 졸려 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준 에피소드는 17세기 초 네덜란드 식민지 총독이 맨해턴 섬을 원주민으로부터 단돈 24달러에 매입하였다고 한다. 현재 거리명으로 쓰이고 있는 월(Wall)은 그 당시 네덜란드인들이 식민지 지역과 주거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벽을 쌓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 뉴욕의 발전은 19세기 증권거래소가 설치되고 이리호에서 뉴욕을 연결하는 운하가 건설됨으로써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자 급진전을 이루게 된다. 대단한 역사도 알고 보면 하찮은 일이 그 시작이었다. 지금도 월가 입구에 서 있는 황소상 쌍방울(?)을 만지던 그 시절이 가끔은 생각난다.     

   뉴욕의 발전 못지않게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 또한 눈부시다. 영화제작 100년 만에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대상(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그 후광으로 여러 영화제에서도 각종 상을 휩쓸고 있고 아카데미상마저 먹어치울 기세이니 포식증이 따로 없다.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하여 관객몰이도 심상치 않다. 문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들의 관람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작사가 대중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코스닥등록기업이다. 게임을 개발하여 단발성으로 히트를 치던 회사이니 그동안 주가 수준은 미미한 정도였다. 그랬던 기업이 기생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생충을 박멸하는 대신 대중이 사랑(?)해 주니 株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는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 영화 한편의 이벤트로 끝날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턴어라운드 기업으로 성장할지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아마도 그 회사 중역들은 성공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 송광호의 영화 속 대사이다. “너는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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