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김정선
덜컹대는 버스에 사람이 드물어
몸은 더 많이 흔들린다
어느 정류장쯤에서 누가 내릴지 몰라도
내린다는 버튼 누르기 전에는
같은 운명을 네 바퀴에 걸 수밖에 없는데
그것으로 우리라는 끈이 이어져 있는 듯이
할머니는 눌러봐 라고 어린 소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당연하듯 그 말을 받는다
비루한 희망 같은 검은 비닐봉투도 말없이
들어 내려주고 휘적휘적 인삿말 받기도 전에
가버리기 일쑤
퇴행성관절염을 앓은 검게 바랜 얼굴이
앉자마자 수십 년 알고지낸 동무에게 말 걸듯
병원이며 아침밥상에 대해 수다를 던 질수 있는 곳
같은 그물에 잡힌 물고기처럼
서로의 그늘을 만지며
굴러가는 바퀴에
생의 고단함까지도
따뜻하게 데우는 버스안
[김정선 약력]
2010년 문학의식으로 등단
전남 시인협회 회원
목포문인협회 회원
저서 바람에게 주문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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