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차이, 세대 차이, 세대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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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차이, 세대 차이, 세대 단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7.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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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여사친’, ‘생파’,‘안물안궁’,‘므흣’,‘안습’,‘근자감’,‘캐’,‘볼매’, ‘솔까’, ‘현타’, ‘맥날’,‘버카충’,‘간지나다’,‘깜놀’,‘쌩얼’,‘직찍’,‘열폭’, ‘본좌’, ‘즐’,‘아아’,‘치깅스’,‘인싸’,‘썩소’,‘롬곡’,‘갑분싸’, ‘좋못사’...

위의 용어들은 10대와 20대들이 주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일상생활에서 공통언어로 통용되어 사용하는 언어이다. 하지만 40대 이상 중 위에서 나열한 말 중 절반 이상 그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젊은 대학생들과 생활하는 필자도 이런 말들에 이질감을 느낄 정도니 40대나 50대는 물론이고 60대 이상의 노인 세대가 느낄 이질감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대간에 공유하지 못하는 언어의 사용은 의사소통의 어려움뿐만이 아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앞에서 언급한 말들은 대부분 신세대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생파(생일파티)’, ‘안물안궁(안물어봤음, 안궁금함)’,‘므흣(흐뭇하다의 표기를 바꾸어 만족한다라는 의미)’, ‘안습(안구에 습기차다, 눈물이 난다는 슬픈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캐(뒷말을 강하게 꾸며주는 접두어, 캐실망-대단히 실망함)’,‘볼매(볼수록 매력있음)’, ‘솔까(솔찍히 까놓고 말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 ‘맥날(맥도날드)’,‘버카충(버스카드 충전)’,‘간지나다(멋지다, 폼난다)’,‘깜놀(깜짝 놀람)’,‘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 ‘직찍(직접 찍은 사진)’, ‘열폭(열등감 폭발)’, ‘본좌(자기 자신을 높여서 부르는 말)’, ‘즐(한마디로 시끄럽다. 일없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치깅스(치마레깅스)’, '인싸'(무리에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영어의 'Insider' 의미), ‘썩소(썩은 미소)’, ‘롬곡(눈물)’, ‘갑분싸(분위기가 갑자기 싸한(식은) 상황), ‘좋못사(좋다 못해서 사랑한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여사친이나 근자감, 쌩얼, 썩소 등은 그래도 조금 들어본 말이어서 대충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감각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사고방식 때문에 격의 없고 톡톡 뛰는 신조어들은 짧은 시간안에 대부분의 신세대들에게 전파되어 사용되어진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서로의 말이 다르면 서로의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서로의 생각이 공감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심하면 오해와 불신까지도 초래한다. 학자들은 이를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인 가정에서도 이런 것들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 부모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자녀와의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듣는 말들은 그들이 원하는 말도 아니고 그들이 쓰는 말도 아니다. 

어떤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말에 계획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었더니 아들이 “헐~, 졸라 병맛이네요(한심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라고 하더란다. 아버지는 그 말의 의미를 몰라 아들을 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국민을 떠나 한 가족의 구성원간에도 언어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언어의 단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미 통용되어 쓰이고 있는 신세대들의 언어를 나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서로가 다른 세대들을 배려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세대들은 무분별한 언어파괴보다는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특히 타인을 비방하거나 무시하는 형태의 언어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기성세대는 이러한 신조어의 사용을 심각한 사회문제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사회발달에 따른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어파괴가 이루어지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면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서는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기성세대에서는 신세대들이 이러한 언어 속 문화현상을 이해하고 쓸모있는 말은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면 미래사회에서 우리 말 자체가 더욱 더 참신하고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멀어지고만 있었던 세대간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한 번 시도해 보자. 주말 아침 잘 차려입고 나가는 10대 아들에게 “야 너 오늘 간지난다야, 여사친 생파에 가니? 우리 아들 볼매~~”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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