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에게 바치는 노래 - 김인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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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에게 바치는 노래 - 김인숙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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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그 아이의 이름을 알리라고 부르기 시작할 무렵, 나는 밥자리 하나를 더 늘렸다. 하얀 바탕에 치즈색이 섞인 새끼고양이는 처음 봤을 때 힘이 없었다. 그런 녀석이 길 한가운데에서 벌러덩 누워서 내가 지나가면 벌떡 일어나 차 밑으로 들어왔다. 기운이 너무 없어보여서 밥을 한 번 준 후로, 녀석은 귀신같이 나를 알아보고 반겼다. 내가 준 밥 때문이었을까? 알리는 제법 기운을 차려 짧고 앙상한 다리로 뽈뽈뽈 뛰어도 다니고, 혼자서 놀기도 했다. 알리를 위해 이곳에 밥자리를 만들겠다 마음먹고 난 후부터는 매일 그 녀석을 위해 같은 시각 그 자리를 찾았다. 알리는 참 못생긴 고양이였다. 콧등에도 곰팡이가 앉고, 앙상한 다리와 뽈록한 배는 아이를 더 볼품없이 보이게 했다. 그런 알리를 위해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날도 알리를 찾아갔다. 차를 세우면 어디선가 종종 거리며 나오던 녀석이 나오지 않았다. 밥을 챙기고 있으면 나타나겠지, 조금 떨어진 곳에 놓아진 밥자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낯익은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밥그릇 두 개는 나뒹굴어져 있었고, 그 앞에 알 리가 있었다, 알리는 죽어있었다. 내장이 다 터져 나왔다. 그것을 누군가 전시해놓은 것처럼 널어놓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새어나오는 비명을 손으로 비틀어 막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너는 왜 이런 모습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거야?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다 아이사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죽은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차사고가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잘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위에서 밟아 내렸을까? 그렇지 않고는 어딘가 뭉그러진 곳 없이 내장이 그렇게 쏟아져 나올 수 없었다. 누군가 허락을 받지 않는 장소에 밥자리를 만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그곳을 지나던 취객이 잘 움직이지 않은 아이를 보고 해코지를 한 것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별의별 생각들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주변에 블랙박스를 볼 수 있는 차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이상하리만치 그날은 주변에 차도 없었다. 증거가 있어야 신고가 될 텐데. 신고만으로도 경찰이 다녀간다면 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까싶어 신고만 했다. 알리가 그렇게 죽었는데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긴 증거가 있는데도 불기소처분이 나는 길고양이 학대사건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얼마 전 길고양이를 내려쳐서 죽이는 장면이 그대로 담긴 cctv의 영상이 증거로 있었는데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었던 사건이 뉴스에까지 방송이 되었다. 지금 그 사건의 학대자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으로 청와대국민청원에 서명을 받고 있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길고양이 학대사건들이 많다. 학대받아 잘못된 고양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고, 방지책이라고 하는 처벌은 너무 미비하다. 학대 방지를 위해 처벌은 분명히 강화되어야 한다. 가장 힘없는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사이코의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만큼 위험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적게는 100여건 많게는 150여건의 동물 학대고발이 들어온다고 한다. 동물 학대 등은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라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처벌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폭력성 범죄의 예측가능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연쇄살인범 10명중 5명이상이 아동 또는 청소년기에 동물학대나 고문 등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길고양이로 시작해 나중에는 그 학대 대상자가 사람으로 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길고양이 학대사건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화가 난다. 이 세상의 많은 알리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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