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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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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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민 글 그림/ 문학동네/ 2019년 8월 1일 발행)
삶에 지친 어른 위한 힐링 그림책

좋은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와 정신이 아찔할 정도이다.

그림책은 15세기 유럽에서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한 학습 도구였지만, 요즘에는 예술 장르의 하나로 확대되었다. 그림책 시장이 척박했던 국내에도 90년대부터는 미학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해외의 그림책들이 꾸준히 번역되어 들어왔다. 밀레니엄을 지나면서는 그림책의 르네상스와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 각국으로 한국의 그림책들이 번역되어 출판되는 것은 물론, 세계적 권위의 상들을 휩쓸고, 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의 그림책 부스가 터질 듯 성황을 이루고 있는 현상을 해마다 목격한다.

그런가하면, 동네 도서관이나 작은 책방에 삼삼오오 모여 그림책 읽는 어른들을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골라주고 알려주고 가르쳐주던 그림책을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집어 든다. 

더 이상 그림책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때로 어떤 그림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런 그림책이 과연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다. 아닐 수 있다. 그림책 작가들은 어른들을 위하여 작업을 하기도 한다. 노인들을 위하여 작업을 하기도 하고, 개나 고양이를 위하여, 생태계를 위하여, 아름다움을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위로가 필요한 자기 마음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듯 그림책을 만든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는 그런 그림책이다.

사람이 식물을 위하여 만든 그림책인지, 식물이 사람을 위하여 만든 그림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도시의 삶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힐링 학습(?)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을 천천히 넘겨보고 있노라면 연한 색연필을 들고 낙서를 하고 있는 듯한 편안함과 나른함이 몰려온다. 해를 쪼이고 물을 주며 이파리 하나를 정성스럽게 키워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을 덮을 즈음이면 시들하던 화분에서는 어느새 파릇하고 싱그러운 잎이 무성하게 자라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죽어가던 식물을 살린 기분이랄까, 나를 찾은 기분이랄까.

궁금한 것이 많은 당신
잘 맞지 않는 곳에서도 꽤 버티는 당신
우리처럼 숨 쉬고 싶은 당신
가끔 많이 힘들어 보이는 당신

나에 대해 조금 안다더니 많이 알고 있는 너희들.
무심하고 시니컬한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서평=윤소희 (목포독립책방 ‘동네산책’ 대표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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