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 목포 맛,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억의 선물
상태바
편집인 칼럼 - 목포 맛,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억의 선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21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용철 목포시민신문 대표
류용철 본사 대표이사

무더운 여름이 시나브로 사라져간다. 지친 심신을 달래 줄 무엇인가를 찾고 나를 억누른다. 가을 문턱에 아직은 더위가 남아 있는 이날에 무료함으로 지친 무엇을 해결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나는 눈치를 챘다. 몸은 매년 요맘때 나를 위로했던 음식을 기억했던 것이다.

목포시가 목포를 맛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요란법석이다. 목포의 맛을 전국에 알리고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맛 관광도시롤 통해 지역관광경제를 일으켜 일자리와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분위기를 말이나 해주듯이 요리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식(食)문화’가 요즘처럼 관심 받은 때도 없었다. 유명 셰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정네 셋이 모여 소박하게 차려 먹는 세끼 밥상을 보고도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유명연에인들이 밥을 해먹는 일상이 신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은 힐링이자, 따스함으로 각인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은 영양, 맛, 경제성, 안정, 위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음식은 '맛'에 대한 정의가 유독 강조되고 있다. 맛만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용서되는 것이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인 루왁 커피가 최고급 커피로 대접 받고 있다. 맛이 위생을 이긴 것이다.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구운 고기는 맛있고, 청산가리보다 치명적인 테트로도톡신이 들어있는 복어는 최고급 식재료가 되었다. 맛이 안전을 이긴 것이다. 그래서 식품회사와 음식점의 운명은 전적으로 맛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맛'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선호하는 자신만의 맛이 있다. 하다못해 가장 심심할 것 같은 사찰음식도 그 나름의 맛을 추구한다. 그런데 막상 맛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답은 궁색해진다. 음식을 '맛있다', '맛없다' 정도로 구분할 뿐, 그 맛에 대하여 구체적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며 그 평가마저 상황에 따라 자주 변한다. 사람들은 보통 맛은 인문학이나 감성의 영역이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맛의 이유나 배경이 되는 과학적 원리를 알거나, 맛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맛을 아는 것이 단순히 즐거움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맛에 대한 과학적 분석들은 사실 좀 싱겁다. 입으로 느끼는 '오미(五味)'와 코로 느끼는 '향', 그리고 맛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우리 몸의 감각들을 모두 합쳐도 맛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맛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학적 범주에서는 뇌를 아는 것이 맛을 아는 것이다. 뇌의 본질은 '기억'이며 기억속에 있는 것이 맛의 본질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을 반복해서 먹고 감정을 동반하여 그 맛을 기억한다. 맛은 뇌의 기억이고 습관이며 어쩌면 '중독'의 행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음식 맛의 절반 이상을 추억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추억 속에 있는 그 익숙함이 음식 맛의 본질이고 즐거움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머니의 손맛'을 최고의 맛으로 친다. 진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늘 먹어 오던 음식이 우리의 뇌를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자극하여 기억을 만들고 추억을 만든다. 현재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새로운, 어쩌면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맛을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우리 몸의 음식에 대한 욕망코드는 이처럼 복잡하고 쉽게 설명될 수 없다. 맛의 도시를 추진하는 목포시가 목포의 맛의 본질과음식의 철학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음식점을 줄세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