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과 고양이 - 김인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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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과 고양이 - 김인숙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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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김인숙 칼럼니스트

마음이 복잡한 날, 커피 한잔을 내려 가까운 대반동벤치에 앉았다. 하늘에는 언제 달렸는지 모를 케이블카들이 즐비하게 서서 시범운행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가는지 제법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옆자리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임플란트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지역이 다르다고 해도 비슷하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등 뒤로 화살을 맞을 때가 있다. 그것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인지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고, 빼내기도 무척이나 힘이 든다. 겨우 빼내도 그 상처는 깊이 곪아서 주변의 생살까지 도려내야거나, 어렵게 살이 차올라도 상처는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끝내 그 상처는 낙인이 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고마운 것은 심장을 관통하지 않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대상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종교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고양이가 그러하다.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받는 상처들마다 당연시 할 수는 없다. 상처를 받는 크기는 똑같지 않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공기 중에 부유하다 그것이 끝내 살갗을 벗겨내는 독한 약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쿠크다스 심장이 되어 바스라진다. 바스라진 심장이 기댈 수 있는 그것은 나에게 고양이다. 

고양이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결핍이 있는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채울 수밖에 없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의 결핍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판에 개싸움 이라고 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지난날들 때문에 사람에 대한 믿음은 더 하찮아지고 말았다.

감정이란 서로 나누는 것인데, 혼자만의 일방적인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넌 너무 냉정해. 넌 나의 고통에 공감능력이 떨어져. 헤어지기 전 사람들이 서로 탓을 하면서 내놓는 말들이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갇혀 그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던가? 난 비굴했던가? 악다구니를 하고 나를 비난하던 여인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만족했을까? 복잡한 생각들은 깊게 하기 싫은 나의 게으른 감정의 선도 한 몫을 한 것 일수도 있다.

나의 결핍을 충족해주는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복잡한 감정들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고양이는 마음이 편할 때 그르릉 소리를 낸다. 한 심리학 실험연구에 따르면 이 소리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이 그르릉 소리는 흔히 골골송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허할 때 들으면 최고의 보약이 된다. 힘들 때 그들의 몸을 쓰다듬는 것은 어쩌면 이 골골송을 듣기 위한 본능적인 손길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머리와 목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매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손길은 사람끼리도 싫듯이 고양이와도 교감이 필요하다. 기분이 좋을 때 믿을 만한 상대가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은 어떤 모양이든 간에 지속될 것이다. 그로인한 상처도 지속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삶은 사랑이고 고양이인 이유다.

우리는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대상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단순하지만 치열한 이들의 삶속에 내 삶을 맞춰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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