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독립책방 '산책'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 어색해도 괜찮아
상태바
목포 독립책방 '산책'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 어색해도 괜찮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9.1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 독립책방 '산책' 최희정 책방지기

만화책이란 자고로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이며, 나라에서 관리해야 할 불량품이며, 만화방 출입은 죄스러운 짓으로 단속되던 시절이 있었다. 작가가 작품을 내보일 수 있는 만화잡지들마저 줄줄이 폐간되고 대여점이 사라진 자리에는 일본만화가 저렴하게 유통되어 만화시장을 점령해버렸다. 

뭐 그동안에 만화가들이 펜을 놓아 작품이 중단되거나 훌륭한 작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다른 직종으로 전업해버리거나 등등의 그런 슬픈 한국만화역사는 더 이상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고. 

소개하고자 하는 이 작품이 그런 시기에 출간된 책이다. 1997년에 대화미디어에서 처음으로 출판했고, 그 후 1998년 (주)만화세상에서 바통을 이었다가, 2001년에 학산문화사에서 총 5권 전 시리즈를 완간하였다. 

구해 읽기도 어려운 품절된 오래된 만화책을 왜 소개하나 싶겠지만, 너무나 기쁘게도 최근(2018년 12월)에 학산문화사에서 “어색해도 괜찮아”를 신장판으로 출간했다.

이제는 보기 드문 종이만화책 독자 중에서 만화 쫌~ 읽어보셨던 분들이라면 알 수도 있는 꽤 알려진 작품이다. 제목부터 살짝 오글거리는 이 책은 장르가 학원물에 순정만화다. 게다가 인기 많고 잘생긴 남학생과 평범한? 여학생이 주인공이라니... 이런 공식은 만화나 드라마에서도 너무 식상하고 뻔한 설정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내 아이 또래인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식상하거나 전혀 유치하지 않다. 20년 전 당시 유행했던 진한 화장과 머리 모양을 보면 얼마나 어색한가? 차라리 그 옆에 유행을 따르지 않은 소박한 스타일이 훨씬 봐줄만하다. 

이 만화가 그렇다. 주인공들의 꾸미지 않은 솔직한 행동들과 현실적이다 못해 찌질한 모습들은 세대를 넘어 성별을 초월해 재미와 공감을 여전히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만화책은 소장해서 읽고 또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흘려보았던 칸칸의 배경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대사 속 찰진 정보들이 읽히며, 조연들에게 없던 애정이 샘솟고,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는 포인트가 매번 달라짐을 한 번 느껴보시기를 권한다. 

이 책은 나이 들어 손주와 함께 낄낄대며 읽고 싶은 책이다.
- 목포 독립서점 '산책' 최희정 책방지기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