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기후위기 대응
상태바
도시와 기후위기 대응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9.18 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목포시민신문] 태풍 링링이 다도해 흑산면으로 들어와 목포 앞바다를 훑고, 서해바다를 관통하며 한반도를 지났다.

 
목포 도심을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강풍에 의하여 다도해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가거도항의 슈퍼 방파제는 건설 중에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하였고, 신안과 목포의 섬 일원의 김양식장이나 가두리 양식장 피해가 꽤 나온 것 같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도서지역 주민들의 기후위기 대응 생활환경 향상에 대한 제안과 요청은 수도 없이 있었지만, 사실 여러 가지 국가보고서를 볼 때 기후위기 관련 대응전략에서 도서지역은 상당히 제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진과 같은 대규모 교란(mega-disturbance)에 대한 도시의 내성은 늘 강조되고 있고 준비되어 있지만, 태풍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무방비인 것이 도시, 특히 항구도시인 것 같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서는 과거 여러 국가들의 기상자료를 검토한 결과, 1995년 마드리드 WMO회의 자료를 토대로 마련한 특별보고서는 ‘2100년의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0.8~3.5도 상승하고, 해수면도 15~9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2007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된 4차 특별보고서는 금세기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섭씨 1.8~4.0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더욱 심각한 폭우, 가뭄,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폭우, 가뭄, 폭염, 해수면 상승“ 모두 항구도시에는 치명적인 재해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준비를 안하는 것이 사람들이다. 우리는 2018년 폭염을 기억한다.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체감기온은 50도를 넘는 그야말로 ‘미친 더위’였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덜 더웠기 때문에 폭염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 것이다. 폭염 보다 더 심각한 것은 폭우를 동반한 태풍(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포함)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경험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2018년 7월 역사상 최고의 강수량 기록을 깨면서 폭우가 내렸다. 3일간 1000mm가 내리는 폭우로 인하여 88명 사망, 500만명이 피난을 가야했던 ‘일본 서남부 대홍수’가 있었고, 올해 8월에도 규슈지역에 시간당 92.5~110mm가 내려서 48만명이 대피한 사례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일이 아니라서 큰 반응은 없었지만, 만일 이와 같은 폭우가 다도해 도서지역이나 목포를 비롯하여 서남부 전체에 영향을 줬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태풍의 진로가 늘 일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는 일본열도가 막아준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추이를 볼 때, 10개의 태풍중에서 4~6개 정도는 방향이 일정하지도 않고, 발생 위치도 필리핀이나 괌 등 태평양쪽 보다는 대만이나 중국 하이난 등 위도상으로도 상당히 북상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열대성 기후에 의하여 태풍의 진로가 바뀔 시간적 여유가 없이 바로 한반도로 직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계절적으로도 가을에 태풍이 많아지는 경향이다.
 
즉, 기후학자들에 의하면, 지구가 더워지면서 가을까지도 해수온도가 높아져서 태풍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에 가깝게 발생한 태풍은 강력한 바람과 강수량을 가지고 한반도 서남부와 일본 규슈지역을 강타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2000년 흑산도를 강타했던 프라피룬 태풍의 최대순간 풍속은 58.3m/s, 2003년 9월 제주도를 친 매미는 60.0m/s, 2012년 8월 완도에 피해를 준 볼라벤은 51.8m/s, 2016년 10월 고산을 친 차바는 56.5m/s, 그리고 흑산도에 들어온 이번 링링은 54.4m/s(시속 196㎞)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의하면, 풍속 40m/s 이상되면 사람이 날아가고, 50m/s가 넘어가면 콘크리트 건축물이 붕괴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근대건축이나 재건축 수준의 허약한 건물이 많은 목포시 원도심을 비롯하여 해안가의 주거환경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여 오래전에 간척된 다도해 도서지역 해안가의 방조제, 방파제, 마을 농경지 제방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도시에서는 저지대 침수, 산사태, 도로파손, 건물 붕괴 등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재해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도시행정에 있어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에 존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